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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인성이 곧 실력이다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20-01-19 15:51
  • 수정 2020-01-19 16:41

신문게재 2020-01-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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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진 기자
잘 뛰냐? 인성은 좀 어때? 스포츠팀에 새로 합류하는 선수가 있다면 으례 듣는 말이다. 스포츠 기사를 자주 쓰는 기자 역시 담당하는 팀에 신인 선수가 들어오면 꼭 하는 질문이다. "인성이 별거냐 잘 뛰면 그만이지"라는 인식은 복고풍의 스포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발언이다. 지난해 가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소속의 한 골프선수가 경기도중 갤러리들에게 손가락 욕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건이 보도되면서 해당 선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사회적인 물의로 확산됐다. KPGA는 긴급상벌위원회를 열고 선수에게 출장정지를 비롯해 벌금을 부과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축구팬들에게 '우리형'으로 불렸던 호날두는 이제 '날강두'로 불리고 있다 다른 나라 팬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팬들에게는 팬심을 완전히 잃었다. 지난해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호날두를 보기 위한 축구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입장료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세계적인 선수의 플레이를 보기 위한 팬들의 열정은 기꺼이 지갑을 열게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호날두는 이날 단 1초도 뛰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망했던 팬들은 호날두의 눈빛 인사라도 보기 위해 그를 외쳤지만, 호날두는 관중석을 행해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예정됐던 팬 사인회도 참석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물론 중계방송을 지켜봤던 네티즌은 일제히 호날두의 행동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던 호날두는 이탈리아로 복귀한 직후 자신의 SNS에 운동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팬들은 "남의 잔치 망쳐놓고 반성의 기미는커녕 당당한 모습에 화가 난다"며 호날두의 인성을 비난했다. '우리형' 호날두가 '날강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월드스타 손흥민의 2019년은 경기력보다 인성이 돋보였던 한해였다. 지난해 11월 4일은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 있어 가장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기 도중 그의 태클에 상대 선수의 발목이 꺾이면서 넘어진 것, 태클을 당한 선수는 곧바로 들것에 실려 나갔고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부상 부위가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다. 심판은 손흥민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지만, 죄책감에 전의를 상실한 손흥민은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심리적인 타격이 클 것이라 예상했지만 다행히 손흥민은 다음 라운드 경기에 나왔고 2골을 터트렸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부상을 입힌 선수에게 사과하는 세리모니를 선보이며 팬들의 걱정을 덜어냈다. 축구선수로서의 동업자 정신과 팬들에 대한 배려가 담긴 세리모니였다. 손흥민의 이런 모습에 국내 언론을 물론 해외 유력 언론들도 손흥민 인성을 칭찬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팬들은 기사에 댓글로 손홍민을 응원했고 덩달아 한국 축구의 이미지까지 상승했다.

운동선수의 인성은 이처럼 선수 개인은 물론 동료들과 팀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거 운동만 가르쳤던 지도자들은 요즘은 선수들의 경기 중 행동이나 말투까지 세심하게 살펴본다. '운동선수' 참으로 피곤한 직업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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