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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84년생 유니콘 CEO, 교육문화부 장관의 정책 속엔…

최종인 한밭대 교수, 산학협력.링크+단장, 혁신클러스터학회장

김소희 기자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03-09 23:49

신문게재 2020-03-10 23면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단장.혁신클러스터학회장
최종인 한밭대 교수, 산학협력·링크+단장, 혁신클러스터학회장
"오늘 예식장 가시나요? 해외 출장 중입니다. 동남아는 아니죠? 인도네시아에 와 있습니다. 여긴 확진자가 0명입니다…"

2월 중순 자카르타에 출장 왔을 때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다. 중국과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등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대되는 시점에서, 인도네시아엔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제로'라는 사실에 대해 고온다습의 열대기후와 국경관리, 손 씻는 문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한편 의료시스템과 스크린 장치가 미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마스크 쓰고 다닌 필자는 곧 아무도 현지서 마스크 착용자가 없어 벗을 수밖에 없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제기술혁신협력센터(IICC) 연구진과 함께 한국외대, 울산과기대 전문가, 대사관, 한아세안센터, 녹색센터와 동행해 인도네시아 과기부를 방문, 밤방 장관과 과학기술 및 산학협력 관련 논의를 하였다. 교수 출신인 밤방 장관은 재무부와 개발부 등 두 부처의 장관을 거쳐 작년 10월 과기부 장관에 취임했다. 개발부 장관으로 재임 시 그는 2024년까지 수도 이전(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거리, 보르네오섬의 이스트 칼리만탄)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다음 날에도 우리의 옛 KIST에 해당하는 LIPI에서 같은 주제로 연구진들과 세부 논의를 하였다.



조코위(Jokowi)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개각 중 눈에 띈 것이 승차공유업체로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 달러)으로 성장한 고젝(GoJek) 창업자를 교육문화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었다. 하버드 출신의 창업 아이콘, 나딤 마카림(Nadiem Makarim)은 34세의 나이로 교육부 수장이 되었다. 교육부를 이끄는 30대의 CEO 출신과 우리나라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2019년 10월, 두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한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지 100년이 되는 204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7조 달러, 세계 5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이에 걸맞은 인재양성을 목표로 스타 CEO를 발탁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다.

동남아에 가면 그랩(Grab), 올라(Ola), 고젝(GoJek) 등 공유 차량이 눈에 띈다. 마카림은 2010년 '고젝' 창업 후, 인도네시아 최초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인도네시아의 '우버'로 불린다. 구글, 테마섹홀딩스, 텐센트, JD닷컴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 100억 달러(약 12조 원)에 이른다. 오토바이 운송 서비스에서 시작해 음식 배달, 식료품 및 서비스, 물류와 의약품 배달, 마사지, 모바일 결제 플랫폼 '고페이'까지 20여 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만 명 이상의 기사들 파트너와 40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하는 등 O2O 혁신플랫폼이 되었다. 새벽 4시, 자카르타 호텔에서 출출해 고젝(고푸드)으로 치킨을 주문하니 한글 문자서비스로 호텔로 배달해 필자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만일 그랩과 고젝이 합병되면 우버도 뛰어넘지 않을까.

1984년생 마카림 장관의 교육정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4가지 대학정책에는 새로운 학습프로그램 개방, 학점시스템 개선, 법 기반의 주립대학, 그리고 3학기 인턴십이 있다. 특히 산업계의 무관심으로 단기간(2~3개월) 인턴십이 제대로 작동 못했다는 의견을 수용해 3학기로 인턴십 기간을 늘린 것이다. 이에 밤방 과기부 장관도 연구 분야 강화에 학생 인턴십이 도움이 된다며 마카림의 장기 인턴십을 지지하였다. 연구 인턴이나 지역봉사 프로그램이 미래 연구자로서 잠재력을 높인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부처의 협조는 젊은 장관의 새로운 시도가 발목 잡히지 않고 성과를 거두게 할 것이다. 2월까지 확진자가 없던 인도네시아에도 3월 초 2명이 그리고 오늘까지 2명이 더 늘었다. 3월 초 전 세계 10만 명에 이르는 확진자 추이 속에 아시아의 인구 대국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며, 부처협조로 조속한 치료제 개발, 국민들의 심신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 글로벌 가치사슬 위험관리, 대학변화의 참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최종인 한밭대 교수, 산학협력.링크+단장, 혁신클러스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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