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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이 영화] 패왕별희

우난순 기자

우난순 기자

  • 승인 2020-04-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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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연합뉴스 제공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생을 마감한 장국영. 2003년이었다. '아비정전'에서 맘보춤을 추던 장국영은 90년대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새가 되고 싶어서였나. 고층에서 새처럼 팔랑거리며 날아올라 피안으로 떠났다. 다시 생각하니 가슴이 뻐근해진다.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죽음을. 제발 거짓말이라고 말해 주길 바랐다. 어떻게 장국영이 죽지?

장국영의 '패왕별희'인가, '패왕별희'의 장국영인가. 화려함 뒤의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영화 '패왕별희'의 압권은 장국영의 눈빛 연기다. 진심을 담아, 극의 역할에 몰입한 연기. 장국영이 아니면 그 역할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경극 연기자 두지(장국영)는 시투(장풍의)를 남몰래 연모하는 비련의 주인공이다. 경극 패왕별희는 초나라 군주 항우에 대한 우희의 변함없는 사랑 얘기다.



매춘부인 엄마에게 버림받고 상처를 안고 성장한 두지는 오랫동안 경극을 함께 한 시투에게 마음을 주지만 또 버림받는 처지가 된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슬픈 운명을 안고 사는 두지의 사랑이 잔인하다. 경극 패왕별희를 연기하면서 두지, 아니 장국영의 눈빛이야말로 연기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간다. 애절하게 안타깝게 끌어오르는 격한 감정이 눈빛에 모아진다.

하지만 시투는 주샨(공리)을 마음에 두고 있다. 어긋나는 사랑이 여기에도 존재한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이고 사랑의 존재이유다. 실제로 장국영은 동성연애자였다. 장국영이 죽은 지 20년이 다 돼간다. 마침 영화관에서 '패왕별희'를 재상영중이다. 세월은 가고 우리 모두 나이를 먹었다. 남는 건 추억 뿐. 가슴 아린 추억을 소환하며 패왕별희를 보고 싶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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