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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마스크 인류의 시대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0-05-25 10:29

신문게재 2020-05-26 18면

신천식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코로나 바이러스19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의 세계는 사라져 버렸다. 마스크는 새로운 시대를 나타내는 확실한 상징이다. 마스크는 전염병 감염방지와 보건 안전의 목적 이외에도 공동체 구성원의 품격과 예의를 부여하고 판단하는 사회적 표식이 되어버렸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공동체 구성원은 비호감의 상징이며 기피의 대상이 된다. 언제 어디에서건 누구를 만나던 마스크는 필수이며 기본이 된다. 언제 코로나바이러스19가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범인류의 역사적 구분을 위한 확실한 표상이 될 것이다. 엄청난 과학기술의 진보와 향유를 과시하며 신의 영역까지도 넘보던 호모 사피언스(Homo sapiens) 와 호모데우스(Homodeus)의 현 인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숙주 없이는 번식할 수 없는 불완전 생명체에게 크게 한 방 먹은 모양새이다. 이제 마스크 인류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는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구성원들의 치열한 사유와 성찰에 달려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음은 아직은 운명을 바꿀 희망이 있다는 다행스런 전망이기도 하다.

세계적 석학들은 마스크 인류의 위기 요인으로 기존의 세계관을 주도하던 인간중심의 패러다임을 들고 있다. 인간의 이기적 탐욕과 횡포는 자연생태계의 자기조절능력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천연자원을 고갈시키고 탕진시켜 생태위기를 초래하였고, 심각한 환경위기를 확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산업화와 그 성과인 풍요로움은 이러한 위기를 기반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지구촌 구성원들의 이기적 사고와 행동이 변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고, 환경위기에서 비롯된 기후변화나 미세먼지의 공격이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마스크 인류의 위기 요인은 체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 인류적 연대와 협력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신 국가주의의 등장은 세계화의 시대를 역행하는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주도로 이루어지던 코로나 바이러스19 예방과 퇴치를 위한 세계적 협력이 특정국가에 치우친 편파성 등을 이유로 무력화 ,무기력해진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사례이다, 또 다른 하나는 코로나 바이러스19의 확산 방지와 퇴치를 위한 국가 권력의 비대화 조짐과 프라이버시 영역의 위축이다. 질병 감염의 위험이 있다거나 전파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극히 은밀하고 사적인 동선을 추적하여 남김없이 까발리거나, 자가 격리 위반자를 형사 처벌까지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조는 고유의 기본권인 자유권의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음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민의 성숙한 역량과 선진의식을 최대한 자유롭게 존중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국형 정치, 사회 체제의 보완적 채택이 인권과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세계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 현실 인식의 틀과 문제해결방안으로 기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가 얻은 깨우침을 향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고 확산시켜 나가는지에 한국과 세계인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번 사태의 가르침을 일과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대처방안을 모색하며, 국민의 자발적 주도와 참여로 합리적이며 전향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은 마스크 시대를 살아가는 현 시대의 인류와 한 민족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역사적 책무가 될 것이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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