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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 충청] 빛바랜 충남 공공 산후조리원 1호점... 2호점도 먹구름

경제적 논리 접근... 서남부권 주민들 출산 정책서 소외
양승조 지사 "2호점은 논산, 계룡, 부여 인근에 건립"
도지사 임기내 완공 어려울듯... 道 "임기내 추진 노력"
서남부권 시군 참여도 미지수... 재정분담 비율 낮춰야

김흥수 기자

김흥수 기자

  • 승인 2020-07-26 15:58

신문게재 2020-07-27 1면

충남도청사 전경 (15)
충남도청사 전경.
충남도 내 첫 공공 산후조리원이 내년 말 홍성에서 문을 열 예정인 가운데, 도가 입지 선정 과정에서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 본래의 목적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서남부권이 출산 정책에서도 소외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충남도에 따르면,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사업은 양승조 지사의 공약으로 도내 서남부권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당초 보령지역에 도와 시·군 매칭방식으로 시작하려고 했으나, 보령시에서 재정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따라 도는 공모사업으로 전환했고 지난 4월 산후조리원이 없는 도내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결과, 홍성군과 논산시 2곳이 응모했다.



이후 충남도의원과 정책자문위원,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선정심사위원회가 시설계획의 적정성, 인력운영 계획, 추진 의지 등 3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홍성이 1위, 논산이 2위를 각각 차지했다.

당시 심시위원회는 "공모 계획상 1개 시·군을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의 필요성을 고려해 2곳 모두 추진하자"는 내용의 의견을 집행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도는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여건을 감안해 홍성에만 설립키로 결정했다.

양 지사는 지난 22일 도청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은 저출산 극복을 선도하는 충남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도내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시설이 없는 시·군은 계룡, 부여, 서천, 청양, 예산, 태안 등 서남부권에 집중돼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차량으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시·군을 넘나들며 원정출산을 하는 등 불편이 큰 실정이다.

양 지사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홍성 산후조리원 개원 이후에는 두 번째 공공 산후조리원도 설립할 것"이라며 "반드시 (홍성 산후조리원이) 개원한 뒤 2호점 설치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며 병행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어 "2호점을 만든다면 논산, 계룡, 부여 부근에 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공 산후조리원 2호점에 눈길이 가지만,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도에서 내년 초 공모를 시작한다고 해도 절차상 수개월이 걸리고, 부지 선정과 공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2년은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도지사 임기 내 완공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와 함께 재정 여건이 열악한 서남부권 시·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의문이다.

논산시 관계자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5대 5 매칭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해마다 수억원의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재정이 어려운 시·군에서는 부담스럽다"며 "추후 도에서 2호점 공모를 한다고 해도 재정분담 비율을 낮추지 않는다면 (논산에서는)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논산시민만이 아닌 인근 시·군 주민까지 수용해야 하는 것도 사실 부담스러웠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양 지사가 지난 기자회견에서 2호점 신설 의지를 밝힌 만큼, 임기 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12월 개원 예정인 공공 산후조리원 1호점은 홍성의료원 내 기존 산후조리원을 리모델링, 580㎡ 규모에 산모실 10실로, 의사 2명과 간호사 5명 등 총 12명의 인력을 투입한다. 건축비 8억원과 연간 운영비 6억원은 도와 홍성군이 절반씩 부담할 예정이다.
내포=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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