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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아기야, 미안해

서혜영 기자

서혜영 기자

  • 승인 2020-11-22 11:14
  • 수정 2021-05-12 15:05
서혜

최근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한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

 

처음 포털에 떠있는 뉴스를 보고 며칠간 클릭하지 못했다. 

 

뉴스를 보고난 후 마음의 후폭풍이 너무나 두려워서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아이들의 비슷한 죽음을 봐왔던 터라 뉴스를 클릭할 용기가 없었다. 차라리 모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입양된 16개월 여자아이가 죽었다'. '가해자인 엄마는 딸이 있는데도 입양을 한 천사 엄마로 방송에도 나왔다'. '아이의 몸에 많은 학대 흔적이 있었다.' 모르고 싶었음에도 뉴스 헤드라인들로 이정도 정보들은 알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난 후, 아이의 양부모가 세 번이나 아동학대로 신고 당했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야 뉴스를 클릭했다. 

 

더 이상 이 작은 아기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고작 16개월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아기의 엄마가 입양을 결심한 이유는 첫째 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아이는 입양된 지 한 달가량 지났을 후부터 약 8개월 동안을 학대당하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 

 

16개월이라는 짧은 삶의 절반을 학대당한 것이다. 

 

입양 전까지 웃음이 많고 뽀얗던 예쁜 아기는 사망당시 온 몸이 멍투성이였다. 

 

뼈도 곳곳이 골절되고 장기도 성한 곳을 찾아 볼 수 가 없었다고 한다. 

 

사진 속 아기는 온 몸이 까맣게 멍든 상태로 장난감을 든 채 놀고 있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정말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기의 처참한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에게 이 작은 생명을 살릴 기회가 3번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 몸에 학대 흔적이 보인다는 어린이집의 신고, 아이가 자동차에 방치된 채 혼자 있다는 이웃의 신고, 마지막은 아이가 점점 말라가고 상태가 안 좋아지자 이를 진단한 소아과 의사의 신고, 결국 아기는 마지막 신고로부터 한 달도 안 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 번씩이나 신고를 했는데도 안일하게 대응한 경찰의 대응도 너무나 원망스럽다.

2년 전쯤에도 바로 이 '편집국에서'에 아동학대와 관련한 글을 썼었다. 

 

울산 어린이집 아동학대로 숨진 성민이 이야기였다.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다.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멍들고 죽어간다. 

 

아동학대 사건은 정말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계속되는 사건들에 분노와 좌절을 반복하며 이제는 뉴스를 클릭하기조차 망설여진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답변기준인 20만명을 넘었다. 

 

부디 이번에는 제대로 된 처벌과 함께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16개월의 짧은 삶, 아기의 기억 속에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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