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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빛의 눈사태 현상' 세계 첫 발견… 네이처지 표지 장식

작은 빛으로 큰 에너지 방출… 빛의 연쇄증폭반응 '광사태' 명명
바이오의료·자율주행차·신재생에너지분야 등 미래기술 적용 기대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1-01-14 16:40
  • 수정 2021-05-14 15:30

신문게재 2021-01-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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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견한 현상은 마술상자 속에 키가 1m밖에 안 되는 성장이 부진한 아이 100명이 들어갔을 때 그 마술상자 속에 성장촉진제 주사를 놓아주는 장치가 있어 40명 이상의 아이들의 키가 갑자기 2m 이상 커진 것과 같은 비유를 들 수 있습니다."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14일 국제 연구진과 협업으로 밝혀낸 '빛의 눈사태' 현상을 발표하며 이 같이 설명했다.

작은 빛 에너지를 쪼이면 물질 내 빛의 연쇄증폭 반응이 일어나 더 큰 에너지를 방출하는 빛의 눈사태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으로 빛을 활용하는 센서나 바이오의료분야·신재생에너지 등 폭넓은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성과다.



서영덕 책임연구원은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작은 에너지의 빛을 약간 세기로 쪼여도 빛이 물질 내부에서 연쇄적으로 증폭 반응을 일으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툴륨(Tm)'이라는 원소를 특정한 원자격자 구조를 가진 나노입자로 합성해 얻은 결과로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눈사태와 비슷하다는 점을 착안해 '광사태 나노입자'라고 명명했다. 미국·폴란드 공동연구팀이 협업한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지 14일 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일반적으로 나노물질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일부는 열에너지로 소모하고 나머지는 처음 흡수한 빛보다 작은 에너지 빛으로 방출하는 하향변환이 일어난다. 반대로 흡수한 빛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현상을 상향변환 나노물질이라고 하는데, 작은 에너지의 적외선을 활용해 시료에 손상을 주지 않는 장점 때문에 차세대 기술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향변환 나노물질은 투입한 빛의 양(세기)에 비해 나오는 빛이 적어 광변환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는데 연구진은 이 광변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나노물질 합성 현상을 밝혀냈다. 나노입자를 구성하는 원자 격자 구조 속에서 빛의 연쇄증폭 반응이 일어나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광학현상은 광사태 나노입자에 레이저 포인터 수준의 약한 세기의 빛을 쪼여도 강한 세기의 빛을 방출한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서영덕 책임연구원은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들여다봐서 신약 개발이나 진단 등 바이오 쪽에 응용 분야를 찾을 수 있다"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같이 기존에는 근적외선 분야를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흡수해서 전지로 전환하지 못했었는데 그런 빛을 받아들였다가 흡수했다가 그것을 광사태 현상에서 상향변환해 광전환 효율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은 에너지의 빛을 받아들여서 큰 에너지 빛으로 변환시켜 주는 소재를 혼용해서 쓰게 되면 자율주행자동차에 쓰는 라이다의 검출을 보다 용이하고 싼 값에 할 수 있는 기초 원천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외에도 다른 많은 응용 분야를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서 열심히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융복합 기술 분야 연구개발과 공공인프라 서비스를 통해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을 임무로 신기후체제 대응과 에너지 자립·4차 산업혁명 선도와 화핵플랫폼 기반 구축·국가 전략소재 확보·자원 순환·미래사회 스마트 소재 혁신·질병 정복·국민안전 확보 등 다양한 분야 연구를 추진 중이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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