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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미몽

이현경/시인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1-01-26 00:00
연당을 버리고



투박한 돌그릇 속에 뿌리내린 담수초

제 둘레만큼 창공을 담고 있네





누가 저 꽃의 문을 열고 있나



누르면 주르르 쏟아질 것 같은

친숙한 물의 감정이 꽃망울을 터뜨렸나



기척이 묘연한 풍경의 탄생이네



바람이 꽃대를 흔들면 나의 타인 흰 나비와

순아한 꽃그늘도 흔들리네



눈에 담을 수 있어 좋은 날, 오늘의 쉼표는 수련이네



네가 그리운 날엔 돌그릇에 비로 내려와

꽃망울을 부풀게 하고 싶네



내가 비구름이 된 사이



나비는, 팔랑

꽃 마음 훔쳐 날아가네

발자국 하나 없이 꿈속에서 멀리 달아나네



너와의 짜릿한 밀애는

헛된 꿈이었네

37-이현경 시인
이현경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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