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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벼랑 끝에 선 지방대학의 혁신과제

이원묵 건양대 총장

박수영 기자

박수영 기자

  • 승인 2021-01-26 14:26

신문게재 2021-01-27 18면

이원묵 건양대총장
이원묵 건양대 총장
우리나라 대학에 올 것이 왔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대학위기가 현실로 나타났다. 수시와 정시모집경쟁률을 고려하면 대량의 지방대학에서 올해 신입생 정원미달 사태가 예상된다. 결 국 출산율 저하가 대학에 영향을 준 결과다. 내년에는 입학 정원 49만5천 명보다 9만 명이나 적기 때문에 올해보다 더 큰 대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매년 계속되어 많 은 대학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해 출산율은 0.8대 이하로 떨어져 출산인구 28만 명으로 건국 후 최저를 기록하였다. 요즘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없어진다는 벚꽃 법칙, 작은 대학부터 소멸된다는 대마불패(大馬不敗), 주인의식(Ownership) 없는 대학부터 사라진다는 무주공산(無主空山), 수도권 인구집중 가속화로 대도시대학은 문제없다는 대도무문(大都無問) 등 다양한 괴담들이 지방대학의 어려운 사정을 말해 준다.

더구나 오늘의 대학위기는 수도권 인구집중과 출산율감소 문제만이 아니다. 4,5차 산업혁명 의한 아날로그 사회가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면서 사회시스템 변혁과 함께 학문과 교육의 패러다임전환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교육제도는 고대 아테네와 춘추전국시대의 도제교육, 중세의 수도원과 서원 같은 집단수련제도,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의 강의식 학교 교육 그리고 20세기 양자역학 시대부터 학문이 체계화되고 과학기반의 연구, 실험 실습이 포함된 제도교육으로 발전하였다. 최근 정보통신기술기반의 스마트미디어를 비롯한 인공지능기술과 생명과학발전으로 인한 4,5차 산업혁명은 학문의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 시대를 열고 있다. 실례로 최근의 COVID-19 확산으로 강의실교육이 없어지고 ICT기반 비대면 교육방법과 인공지능 기술의 교육콘텐츠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즉 코세라, edX, 유다시티와 같은 온라인공개수업(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형 대학과 다양한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네르바대학과 같은 원격교육제도가 대학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보편화 되어가고 있다. 또 대학재정의 등록금 의존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한 기업적 가치인 효율과 경쟁력의 경영혁신이 중요하다. ICT기반의 교육시스템혁신, 인공지능기술기반의 디지털 교육콘텐츠와 프로그램혁신, 그리고 대학의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역할과 기능혁신 등 대학경쟁력을 위한 혁신이 매우 필요하다.



어느 저명한 교육학자는 '준비하는 대학만이 살아남는다,'고 일갈한다. 단순한 교육과 연구기능에서 벗어나 산학협력, 창업, 기술이전, 지역사회와의 상생 협력, 대학 간의 협업과 교류, 성인학습 교육, 국제교류 사업 확대를 통한 해외 진출과 학생교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역할과 성과를 통하여 대학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많은 성과물이 대학재정으로 전환될 수 있는 환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대학 혁신은 자율성과 다양성이 중요하다. 지역과 대학의 여건을 고려한 대학의 특성화로 지방대학의 역할을 다양화하고, 현재의 획일화된 정부의 평가방법이 대학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고려한 평가로 전환돼야 한다. 최근 교육부의 규제철폐를 위한 네거티브제도 선언은 매우 잘한 일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정책에 지방대학지원과 역할이 포함되어야 한다. 일본은 1990년 인구급감에서 시작된 잃어버린 30년 동안 800여 개의 지방대학 모두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대학이 지역발전의 핵심 축으로 발전시킨 좋은 사례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수백 년 동안 겪어보지 못한 사회 대변혁의 시대다. 대학의 끊임없는 노력과 정부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지원만이 대학의 성공적인 혁신을 완성할 수 있다.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존립할 수 있다. 소수의 일류대학으로 국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국가적 어젠다인 것이다.

이원묵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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