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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을 상상하기

김현숙(이응노연구소 소장)

오희룡 기자

오희룡 기자

  • 승인 2021-01-27 14:34

신문게재 2021-01-28 19면

김현숙 사진
김현숙 이응노 연구소장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우리에게는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 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세계 경제의 극심한 하락과 함께 개인의 고립이 강요되는 유례없는 국면이 도래하였지만 더욱 두려운 건 코로나19의 종식을 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류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코로나 빅뱅'으로 인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또다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리를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갔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그를 토대로 뉴노멀 시대의 방향성을 세울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추진된 '2020아시아미래포럼'의 연사 중에 퓰리처상의 수상자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팬데믹의 원인을 세계화로 인한 완충지대의 상실로 보았다. 세계화를 위한 도시 개발의 결과로 도시와 야생의 경계가 무너졌고, 환경 다양성을 보장하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면서 생태계 혼란이 일어나 2002년의 사스와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견해이다.

프리드먼의 예견 가능한, 다소 식상한 관점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에서 집으로, 중심지에서 동네로 생활공간이 이동함으로써 지역의 소상공인이 부상하고 로컬 브랜드가 성장하게 되었으며, 대전 성심당 빵집, 서울 연희동 사러가쇼핑센터와 같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지역의 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고 주장한 모종린 교수의 주장이 내게는 더 흥미로웠다.



나는 이런 사적 관점에서 미술계에도 로컬 크리에이터가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제의 실시 이후 각 지역에 공립미술관, 기념관, 문화관들이 개관하여 지역문화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은 큰 공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상상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는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작은 가게 같은 개념으로 동네의 미술인들, 문화인들, 책방, 카페, 꽃집, 학교 등이 커뮤니티를 이루어 동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동네 문화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새로울 것 없는 제안이기는 하나 코로나19를 역전의 기회로 삼아 도전해볼만한 프로젝트가 아닌가.

'비대면/언택트(untact)'와 '디지털화/온택트(Ontact)'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활용에 집중적으로 몰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하나의 방향에만 매진하는 것은 또 다른 함정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36.5도씨의 온기를 유지해아 하는 인간은 비대면, 온택트가 요구 될수록 대면, 콘택트(contact)를 갈구할 터이므로 자명한 조건에 맞는 대안을 상상하고 실천하도록 해보자. 그 하나의 대안이 거대하고 빠른 것에서 소소하고 느린 것에로의 전환이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도심에서 동네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서의 생활권과 문화권의 보장이다.

대형 기획전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만 몰리는 불균형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대형 기획전을 온라인 전시투어만으로 족해야 할 경우가 또 일어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언택트와 콘택트를 병행해서 준비해야 하며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창의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동네 빵집에 들려 갓 구운 빵을 사고, 이웃과 눈을 맞추어 인사하고, 장이 서는 날을 기다리고, 동네 책방 시낭송회에 참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아트 샵과 카페의 작은 전시를 들여다보다가 혹여 작품 한 점을 사거나 렌트하기도 하는. 그런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의 소소한 기쁨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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