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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코로나-19 시대 나는 어떤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나?

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 승인 2021-02-05 11:00
  • 수정 2021-02-05 11:02

신문게재 2021-02-05 18면

대전대 엄정호 교수
대전대학교 안보융합학과 엄정호 교수
코로나-19 상황도 벌써 해를 넘겨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례없는 사회활동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러한 통제는 삶의 격차를 점점 더 벌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제각기 시련과 고통을 맞이하는가 하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에 부를 더욱 축적시키는 부류들도 있다.

누리는 자! 견디는 자! 버티는 자!



누리는 자에게는 코로나-19 상황이 큰 타격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의 축적의 기회인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그대로 누리고 있다. 일의 변화도 없으며,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정부의 방역대책 시행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불만을 쏟아내기까지 한다. 멋드러진 술집에서 건아하게 즐겨야 하는데 영업 제한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사치성 여행이나 운동을 해야 하는데 해외로 나가지 못해 좀이 쑤시고... 이들은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불편함이 아닌 여유를 부리지 못함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들은 재난지원금 대상자에서 소외될까봐 조바심을 내나, 어렵고 소외된 사람을 위한 기부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알고 어려운 사람들이 왜 어려운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견디는 자에게 코로나-19 상황은 일상적인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 이전에 생활하는데 풍족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직장이 위협받고 생계가 막막한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러한 상황을 타계해 나가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하고 있으며, 이 기간만 잘 헤쳐나가면 희망이 있을거라는 믿음을 갖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견뎌내고 있다. 평소에는 달걀 한판을 손쉽게 장바구니에 넣던 일이 이제는 달걀 한개 가격 인상에 들었던 달걀을 내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번듯한 술집은 아니지만, 이 힘듦을 선술집에서 술 한잔에 털어버리고 내일을 기약하며 힘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자신들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단 몇 푼이라도 기부를 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동행하고자 한다.

버티는 자에게 코로나-19 상황은 암흑이나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이들은 하루하루를 삶면서 오늘만 버텨내길 소망하면서 살았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은 오늘 이 하루마저도 빼앗아 가 버렸다. 이 하루마저도 빼앗겨 버렸으니 내일이라 있을까? 내일에 왔으나, 어제보다 못한 현실! 암흑을 헤쳐나가는 것 같지만, 더 암흑속으로 들어가는 삶! 오늘 하루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라도 얻는 날에는 감사함으로 가득찬다. 오늘 아침에 해고통지를 받지 않으면 오늘 하루가 축복이다. 축 처진 몸으로 내일을 걱정하며, 아니 어쩌면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는 심정으로 집에서 김치를 안주삼아 술 한잔에 몸을 맡긴다. 이들에게 재난지원금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는 어떤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인가? 누리는 자가 견디는 자와 동행하고 버티는 자에게 버팀목이 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이길 바란다. 나는 오늘도 내가 믿는 신에게 견디는 자와 버티는 자에게 더 많은 복을 내려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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