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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기회와 시련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정바름 기자

정바름 기자

  • 승인 2023-01-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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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원 본부장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와 시련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우리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는데 그걸 잡느냐 놓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갈린다는 선배나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위기나 시련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 내거나 어려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는 게 좋다 등등.

하지만 말처럼 그리 살기는 쉽지가 않았다. 과거에 선배나 어른들이 이야기해주는 걸 그냥 귀담아 안 들었던 것뿐이다.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줘도 그때 잘 듣고 내 것으로 만들었으면 되었을 것을 그냥 그러려니 했다가 나중에 후회하고 그 경험을 다른 후배나 다음 사람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은 돌아가는 것 같다.



이탈리아 시라쿠사 거리에는 특이한 동상 하나가 있다. 앞머리는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인 데다 발에는 날개가 달린 이상한 모습의 동상이다. 관광객들은 이 동상을 보고 처음에는 웃다가 그 밑의 글귀를 보고는 숙연해지는데, 새겨진 글귀는 다음과 같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시는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다. 나의 이름은 기회이다."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에서 진도준(송중기 역)은 지난 과거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재벌의 손자로 다시 태어나, '나에게 이번 생은 기회가 아니라 기적이다'라고 말하지만 결국 그렇게 새로운 생에서 살리고 싶었던 지난 생의 엄마는 어떤 식으로든 죽는다. 기적과 같은 기회를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또 인생인 거 같다.

사실 이번에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기회보다는 시련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필자가 시련을 건강하게 이겨낸 경험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최근에 필자의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을 유발한 사람이 3~4년 만에 찾아와서 본인이 잘못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시인하고 사과를 하고 돌아갔다. 이제 후련하나? 그렇지 않았다. 그냥 지나간 시련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생각날 뿐, 용서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러한 일을 지속해 봐야 좋을 일이 없기에 털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엄청난 성과나 성공을 이룬 삶을 살진 않았지만, 이런저런 가족사를 제외하면 그리 큰 어려움에 처하거나 시련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인생 중반을 넘어 다가온 시련은 무척 힘들게 다가왔다.

부하 직원의 잘못이라 관리자로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였으나 그 과정이 너무 억울하고 악의적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보고하지 않고 이직한 직원은 바로 큰 죄를 졌다고 용서를 구했지만, 당시 관리 책임자인 필자는 의도된듯한 과한 징계를 받게 된다. 소송을 통해 승소할 수 있다고는 하였지만 결국 남는 건 그리 크지 않다는 주변의 조언에 결국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련으로 다가온 내 앞의 상황을 건강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모두 건강해지자는 생각으로 먼저 한 일은 좋지 않은 것들을 끊고 좋은 것을 시작하는 것이다. 음주와 흡연을 끊고 운동과 여러 방면의 공부와 경제행위를 시작했다. 1년 반의 시간이 걸렸고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좋아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건강한 시련극복을 하고 나니 생각지도 않았던 앞머리가 무성한 기회라는 놈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던 것. 시련을 통해 이러한 기회를 알아볼 수 있게 하였고, 극복의 과정은 날개를 달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시련이라는 것은 조만간 기회라는 것이 올 징조인데, 시련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어야만, 기회라는 놈을 잡아챌 수 있는 강한 힘이 생길 것이라고.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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