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겸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는 매년 K-CESA(대학생 핵심역량 진단도구)를 활용하여 대학생들의 핵심역량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그런데 2017년부터 2022년 사이의 결과를 살펴보면, '자기관리역량', '대인관계역량', '자원정보기술의 활용역량', '글로벌역량', '의사소통역량', '종합적사고력' 등 K-CESA의 6가지 역량 가운데 '의사소통역량' 및 '종합적 사고력'이 매년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다른 역량들이 평균 50점을 상회하는 반면, 두 역량은 2022년 기준 44.73점과 45.60점에 달할 뿐이다. 심지어 의사소통능력의 경우에는 해당 기간 평균 34.96점으로 나타나 4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교수·학습 방법의 혁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대학교육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는 '창의·융합'이지만 이와 같은 역량은 단순히 다양한 분야를 학습한다고 해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도출한 아이디어를 동료 학습자들과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보다 나은 방안을 만들어 갈 때 지식은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교실은 필연적으로 시끄러워진다.
미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인 프린스턴 대학에는 '퍼셉토리얼스(perceptorials)'라는 방식의 수업이 존재한다. 이 수업에서 교수는 10명의 학생이 각각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게 하고, 일 대 일로 토론을 하도록 하는 수업 방식을 사용한다. 세인트존스 대학 역시 4년의 재학 기간 약 100여 권에 달하는 인문학 고전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하여 사유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이 원활히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일 뿐 직접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 수업방법들의 공통점은 학생들이 교수자, 또는 동료 학습자와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과 사고를 확장하고, 다양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학의 강의실은 너무나도 조용하기만 하다. 이제 강의실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것이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로 말이다. 학생들의 융복합 역량 함양을 위해서는 제도의 변화와 혁신 못지않게 교수·학습 방법의 전환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교수자는 학생들의 질문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나 사례를 제시하고, 답이 정해지지 않은 열린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다소 엉뚱한 질문이나 의견이라도 무시하지 않는 태도와 함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언변도 동반되어야 한다.
공자는 '청즉진, 시즉기, 위즉각(聽卽振, 視卽記, 爲卽覺)'이라 했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며, 행한 것은 깨닫는다는 말이다. 더는 듣기만 하는 조용한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소리로 강의실이 시끄러워질수록, 우리의 교육은 성공으로 나아갈 것이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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