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박경희 대전기상청장 "산불과 폭우로부터 삶 보호, 방재기상 총력"

박경희 대전지방기상청장 취임 1년 방재기상 주력
작년 취임 직후 홍성산불부터 폭우까지 조사·경험
재해 현장에 기상지원관 파견해 정확한 대응 도와
"대형화 기상재해에 최고 기상서비스로 안전 확보"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4-03-18 17:44
  • 수정 2024-03-18 17:55

신문게재 2024-03-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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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대전지방기상청장이 올해 산불과 폭우, 폭염으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방재기상을 강조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박경희 대전지방기상청장은 지난해 봄 홍성과 대전을 휩쓴 산불현장에서 취임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여름철 충남을 강타한 폭우와 산사태를 누구보다 꼼꼼히 조사하고 관찰했다. 기후변화와 이상 기상현상은 올해 다시 닥쳐올 것으로 이를 사전에 관측해 지역민에게 맞춤 기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봄철 산불에서 시작해 여름철 폭우와 폭염 대비 그리고 농·어업 영농활동까지 기후변화시대 기상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박경희 대전지방기상청장을 만나 기후변화와 방재기상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주>


-2023년 4월 대전지방기상청에 취임해 첫 업무가 충남 홍성 산불 현장이었다. 지난 1년 어떻게 보냈나?


▲지난해 대전지방기상청장에 부임하고 둘째 날에 홍성과 대전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대전기상청장으로서 첫 업무를 산불 현장에서 방재기상 관측으로 시작했다. 또 충남권 장마철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남북을 관통한 제6호 태풍 카눈, 그리고 관측 이후 가장 높았던 2023년 평균기온까지 취임 후 지난 1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상현상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지역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한 시간이었다. 기록적인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논산과 청양, 세종 지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최근 15년간 충남권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사례의 원인을 분석해 생각을 바꾸는 기초자료로 관련 기관에 제공했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됨에 따라 지역민의 기후위기 공감대 형성을 위해 2023년 9월 충남권 지역을 대표하는 기상기후체험공간인 국립서해안기후대기센터를 충남 홍성에 개관했다. 이보다 앞서 5월 대전기상청이 주축이 되어 대전시, 세종시, 충청남도, 공주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환경연구원 등과 함께 '대전·세종·충남 기후협의체'를 출범해 연구내용을 공유하고 공공기관의 기후행동 실천까지 목표로 활약하고 있다.


-방재기상이란 표현이 지역사회에 다소 낯선데 자연재난 상황에서 대전기상청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


▲기상청에서 예보관을 10년 가까이 역임하고 직전에는 총괄예보관으로서 재해예방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왔다. 대전지방기상청이 담당하는 대전과 충남·세종은 대형산불, 집중호우, 태풍 등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피해 저감과 안전 확보를 위해 방재 지원과 기상기후서비스 강화가 우리지역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위험기상 발생 시 충남도청과 세종시에 저희 기상청 방재기상지원관을 파견해 정확한 판단과 빠른 의사결정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호우와 대설 예측 가이던스 책자를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해 예보관이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쉽게 도와주는 '예보관 분석지원 시스템'을 우리힘으로 구축했다. 지역예보 전문성 강화 노력으로 방재기상 사전대응 역량을 대폭 향상 시켰다. 덕분에 대전기상청이 우수 예보기관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위험기상이 발생했을 때 취약한 시민들에게 기상정보를 전달하는 체계도 중요할 텐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위험기상이 발생했을 때 취약계층에 이러한 기상정보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충남 4개 시·군 2000명을 대상으로 위험기상정보 제공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마을 스마트마을방송시스템을 활용해 해당 지역에 예상되는 기상정보를 음성으로 전달해 스마트폰이나 방송에서 기상정보를 접하지 못한 취약계층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또 도시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대전 노인종합복지관 8곳 모두와 협업해 생활지원사를 통해 직접 방문해 위험기상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취약계층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관·학·연 공동 협력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이해확산을 위해 '꿈나무 과학멘토' 등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 콘텐츠를 발굴 및 제작했다.


-작년 우리 지역 봄철 대형산불을 겪으며 방재기상 관측과 공조가 한층 강화되었다고 하는데,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경제적 손실과 피해액이 32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 작년 홍성 산불 때도 그랬지만, 산불 현장에서 기상관측은 방재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불지역에 저희 예보전문가를 직접 투입해 관측장비를 가지고 현재 기상을 파악하고 변화를 예측해 산불진화 지휘부에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대응체계를 갖췄다. 2021년도부터 기상관측차량을 운영하고 있는데, 기상관측차량은 관측장비가 없는 곳에서 위험기상, 산불 등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이동해 기상요소를 관측하고 있다. 대기가 매우 건조한 봄철 산불의 진행 방향 파악하는 데 필요한 풍향·풍속을 산불 발생 인근 현장에서 관측할 수 있어 소방헬기와 소방요원 등 산불 진화 지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산불재난 위기대응 실무메뉴얼을 개정하고 산불 특별대응반 운영계획과 산불재난 대응을 위한 현장 기상관측 지원 계획도 수립했다. 최근 훈련 때는 장태산 일원에서 48시간 이상 지속하는 대형산불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대전기상청 차원에서 모의 훈련을 실시해 현장에서 기상예보 수치모델을 만드는 등 산불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남 내륙과 서해안에 안개가 자주 발생해 이로 인한 교통사고와 시민불편을 줄이고자 시행 중인 제도는?


▲세종의 경우 맑은 날씨에서 약한 바람이 불고, 밤사이 복사냉각으로 기온이 하강하면서 수증기가 충분히 존재하여 복사안개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짙은 안개 생성되었고 또한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안개에 의한 도로 살얼음이 발생하면서 지난 1월 안타까운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전날 오후 5시 30분 상세 안개정보를 발표해 지자체와 관계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고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포함된 '충청권 도로관리 KSP 협의체'를 통해 안개 및 도로살얼음 기상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대전·세종·충남 29개 지점에 시정 관측장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해무 발생이 잦은 충남서해안의 안개를 집중적으로 관측하기 위해 당진시 석문면 대난지도항 등 17개 지점에 해양안개관측장비를 가동해 어업인들에게 해무 기상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도로기상관측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기온, 풍향·풍속, 습도 등 기본적인 기상관측요소 이외에 시정과 도로결빙 등 도로위험기상 발생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중부내륙선과 서해안선 14지점에 도로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서해안고속도로 도로기상관측망 구축 완료에 따라 2023년 12월부터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도로위험 기상정보 서비스를 시험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경부선과 통영-대전 중부선 8지점에 관측망을 확충할 예정이다.


-날씨는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필수 정보이면서 기상정보를 여러 분야와 융합해 가치 있는 서비스를 발굴이 중요해졌다. 관련해 시행 중인 서비스는 무엇이 있나?


▲예보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기상기후 빅데이터가 매일 생산되고 있다. 기상기후 데이터는 정확한 분석에 의미가 있지만, 방재·환경·에너지·관광 등 다른 분야와 접목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에서는 올해 논산시와 협업해 축사 악취 영향 기상정보 서비스 개발을 준비 중이다. 논산지역에 악취가 발생했을 때 기상기후 특성을 반영한 영향정보을 지역사회에 제공해 지자체의 악취 저감 정책 지원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교통사고 기상분석시스템은 이미 도로교통공단에서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에 활용하고 있다. 교통사고 지점의 정밀한 기상관측 자료를 산출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안개 상세지도를 통합 표출하는 등 교통사고 지점의 기상상황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 때 지역관광에 이바지하고자 주요 관광지점에 상세 날씨정보를 전달하는 '충남날씨관광' 서비스가 저희 관측 자료를 활용해 충남도청 홈페이지에서 제공 중이다. 기상기후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사회의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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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대전지방기상청장은 기상 데이터가 시민생활에 적극 활용되도록 지역 융합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오는 23일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올해 대전기상청에서 준비 중인 행사는 무엇인가? 

 

▲올해 세계기상의 날을 기념하며 3월 27일 제1회 대전·세종·충남 기후협의체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세미나는 충남권 관계기관의 탄소중립 정책 수립과 이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기후변화와 기후위기 대응 전문가 초청 강연과 작년부터 시범 서비스하는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또 세계기상의 날을 주제인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에 맞춰 '국립서해안기후대기센터 별명 공모전'과 '기후변화 4행시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충남 홍성 국립서해안기후대기센터를 홍보하고 기상과학 및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확산을 돕기 위해서다. 수상작은 국립서해안기후대기센터에서 3월 20일부터 31일까지 전시하고, 3월 23일에 있을 세계기상의 날 기념식에서 수상자들에게 상장을 전달하고, 기상청 마스코트 기상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행사를 진행한다.


-대전·충남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기후위기가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상재해가 점차 대형화되어 피해 규모가 늘어나면서 기상·기후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관광·레저 경제활동 등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날씨에 대한 관심과 기상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전지방기상청은 충남권 지역민의 안전한 일상과 행복한 삶 지원을 위한 수준 높은 기상기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병안 기자 victorylba@

●박경희 대전지방기상청장은… ▲서울 출생 ▲제주지방기상청 예보과장 ▲2015년 대통령표창 ▲기상청 예보국 총괄예보관 ▲2023년 근정포장 우수공무원 ▲대전지방기상청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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