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서울시 vs 세종시' 그리고 22대 국회

이희택 세종본부 부장

이희택 기자

이희택 기자

  • 승인 2024-06-27 16:35
  • 수정 2024-06-27 20:09

신문게재 2024-06-27 18면

이희택
이희택 세종본부 부장
최근 한 달 사이 볼 일이 있어 서울시와 김포시를 다녀왔다. 모처럼 만의 서울 방문은 만감을 교차하게 했다.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수도권 초집중·과밀' 현주소를 두 눈으로 다시 봤기 때문이다. 수년 간 비판 기사를 통해 목놓아(?) 외쳐온 고질적 병폐의 단면을 직접 마주하니 씁쓸했다.

또다시 사람에 치인 채 목적지로 향하면서, '이들 인구의 절반이라도 지방에 내려올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종국적으로 저출산과 지방소멸의 해법은 수도권 과밀해소에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국가균형발전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임에 분명하다.

서울시를 포함한 수도권 시민들은 행복할까. 많은 이들이 지방(고향)을 떠나 힘든 타향살이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 핸드백의 원가가 8만 원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허탈해했다. 수도권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가치를 선사하고 있을지 되새겨볼 부분이다. 서울시민들은 자가용을 쉬이 몰고 나갈 수 없고, 지옥철과 콩나물 시루 버스 등에서 이동 자체가 곤욕인 도시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비효율은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과도한 인구 탓에 지하 곳곳까지 차도를 연결하고 있다. 이제는 광역급행철도(GTX)를 그물망으로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 국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직주 근접을 실현하고 있는 세종시에선 생각도 못할 일이다. 어울링 공영 자전거로도 웬만한 목적지로 이동은 거뜬하고, 차량 지·정체는 서울에 명함을 내밀 정도로 심각하지도 않다.

세종시가 최근 한국지역경영원이 발표한 '2024 대한민국 지속가능 도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직주 근접이 최고의 복지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세종시는 지방소멸의 위기를 막아낼 보루다. 그래서 2030년 완성기까지 흔들림 없는 정상 건설을 필요로 한다. 다른 지역의 시기·질투와 견제를 받더라도 반드시 성공 모델로 키워야 한다. 태생적으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란 짐을 짊어진 도시이기에도 그렇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윤석열 정부도 이렇다 할 손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세종시에 안착했으나 체감 지수도 낮다.

그 사이 서울을 위시로 한 수도권은 GTX 광풍을 토대로 집값 상승과 매매 거래 활성화 등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종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성장을 멈춘 듯하다. 현실 지표가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다.

주택 공급은 제로에 가까웠고, 수도권이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기제인 '부동산 경기'도 장기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84㎡ 국민 평형 기준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보다 최대 2~4배 낮고, 거래량도 비교 불가한 상황이다. 지난 1년간 세종시 84㎡의 9억 원 이상 매매 거래는 12건이고, 대부분 나성동에서 확인됐다. 1~4생활권까지 폭넓게 나타난 과거의 거래 경향은 찾기 힘들다.

'세종시가 살기도 좋고, 미래 자산가치도 괜찮대'. 이런 신호라도 있어야 수도권 거주자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지표도 살펴보면, 상권 공실률은 부동의 1위에 가깝다. 아이들을 데리고 그 흔한 쇼핑 하나 맘 놓고 할 곳이 없다. 백화점 부지도 방치된 채 하세월을 흘려 보내고 있다.

지방법원·검찰청 설립과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합강동(5-1생활권)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 도시, 종합운동장 건립 등 지연된 국책사업은 시기를 알 길이 없다. 중입자 가속기 암치료 센터와 청년 창업빌리지, 디지털미디어단지 조성 등 대통령 공약도 임기 내 가시권에 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과 대학 유치 속도도 더디다.

22대 국회에 다시금 기대를 걸어본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원죄를 안고 있다. 수도권과 동일한 기준으로 '부동산 규제', 2020년 7월 '행정수도 이전' 선언에 대한 실행력 부재, 2021년 대안 없는 '주택 특별공급 폐지'가 대표적 실책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 완전한 이전'을 공언한 국민의힘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누가 어떻게 진정성을 가지고 '세종시'를 바라보고 정상 건설로 이끌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