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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진흙밭에 전기까지 나가… 침수된 대전 정뱅이마을 후유증

이재민들 진흙밭 된 보금자리 정리하며 탄식
"구청, 복구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아"

정바름 기자

정바름 기자

  • 승인 2024-07-11 17:42

신문게재 2024-07-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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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침수 피해가 있었던 대전 정뱅이마을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쓸 수 있는 가재도구들이 한 개도 없어요… 어제 오후에 물은 다 빠졌는데, 온 마을에 진흙이 가득 쌓여서 걸어 다니기도 힘든 상황이에요."

11일 오전 10시께 수마가 휩쓸고 간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서 만난 이재민 최모(64) 씨는 진흙밭으로 변해버린 집 앞마당을 정리하며 탄식했다.



최씨가 급한 대로 마당용 호스로 물을 틀어 진흙을 없애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날 내린 폭우로 최 씨의 집도 사람 허리 높이 정도의 물이 찼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집 내부는 아수라장. 온갖 가재도구들이 뒤엉켜있고, 아직 물이 빠지지도 않아 축축해 보였다. 당장 창문을 열고 환기 시키고 살림도 정리해야 하지만, 전신주 피해로 전기마저 나가면서 현관문 전기작동식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아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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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침수 피해가 있었던 대전 정뱅이 마을 모습. 진흙밭으로 변한 앞마당을 주민이 마당용 호스로 청소하는 중이다. (사진=정바름 기자)
전날부터 기성동 복지관에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나와 망가진 가재도구들과 농작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이재민의 집도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주민 정모(69) 씨의 집은 내부까지 진흙이 들어차 있었다. 부엌에 있던 냉장고와 화장실에 있던 세탁기가 엎어져 있었고 소파와 침대는 물에 젖어 더이상 쓰기 어려워 보였다. 정 씨는 "우리 집 뒤편 야산에 산사태까지 일어나 마당 쪽으로 나무도 쓰러졌다"며 "마당에 세워둔 차량도 침수돼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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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침수 피해가 있었던 대전정뱅이마을 모습. 집 내부까지 진흙이 차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이날 상수도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수돗물을 사용해 진흙 덩어리들을 닦아냈지만, 지하수를 사용하는 몇몇 집은 단수로 고생하기도 했다.

제방이 터진 갑천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는 홍모(71) 씨는 "마늘과 더덕, 잔대, 고추, 오미자 등 심었는데, 논과 밭이 쓸려온 모래로 가득 찼다"며 "비닐하우스에 있는 마늘이라도 꺼내려 했는데 하우스가 무너질 거 같아서 포기했다. 올해 마늘 농사가 잘돼 좋았는데, 하나도 못 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재민이 된 가족을 돕기 위해 왔다는 한 여성은 "동서가 비 피해를 입었는데, 정성 들여 키운 바위솔 꽃나무들이 다 물에 떠내려가고 진흙 속에 묻혀 있는 몇 개만 남았다"며 대신 물을 주며 속상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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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침수 피해가 있었던 대전 정뱅이마을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진흙과 토사로 뒤덮인 마을 도로를 정리하기 위해 처리 장비가 투입됐으며, 무너진 제방 복구를 위해 포클레인 작업도 진행 중인 상태였다.

서구청은 이날 전기공급을 위해 한국전력공사와 전신주 복구를 진행했으며, 자원봉사자들을 투입시켜 주민 가재도구 정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도 서구청에서 이재민들에게 주민설명회 등 마을 복구 계획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재해 현장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지금 전기도 안 들어오고, 진흙밭이 된 상태인데, 구청에서는 복구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아, 통장이 직접 동사무소에 가 물어보고 왔다"며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뭘 도와줄 수 있는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구청 직원들은 그냥 와서 보고 가기만 한다. 재난 대응 기본이 안 돼 있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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