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보문산 남쪽서 인공동굴 추가 발견… 바닥엔 기둥 벽면엔 도구 흔적 역력

동구 대별동 보문산서 입구 보존 10번째 동굴
좌우방향으로 갈라져 12m 길이에 폭 2.5m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4-08-12 17:44

신문게재 2024-08-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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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대별동 보문산에서 발견된 인공동굴 모습.  (사진=임병안 기자)
중도일보가 일제강점기 보문산에 방공호 목적으로 조성한 동굴을 조사 중인 가운데 동구 대별동의 보문산 가장 남쪽에서 인공동굴 한 기가 추가로 발견됐다. 무너진 구간이 많아 동굴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없었으나, 바닥에 기둥을 세운 받침과 날카로운 도구 흔적이 벽면에 역력히 남아 있어 중구 호동의 동굴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8월 11일 중도일보는 (사)대전문화유산 울림 안여종 대표와 함께 동구 대별동의 보문산에서 인공동굴 탐사를 진행했다. 중구 호동과 부사동, 석교동 일원과 대청호 인근의 동구 침산동에서 2023년 12월부터 인공동굴이 차례로 발견되고 있으며 이번 침산동 동굴은 완전히 매몰된 곳을 제외한 입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전에서 10번째 동굴이다. 동굴 입구가 주택과 숲으로 가려져 그동안 주변에 알려지지 않았고, 주택 거주자가 토사를 걷어내는 작업을 수년간 진행한 끝에 길이 약 12m 구간에서만 복원됐다. 지난달부터 동굴 방문을 협의했으나 장마철 동굴 안에 물이 차올라 접근이 어려워 시기를 조정했는데 이날 방문 때도 동굴 바닥 여러 곳에 꽤 깊은 물이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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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안에서 발견된 기둥을 세운 흔적.
주택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입장한 동굴은 입구로부터 왼쪽과 오른쪽으로 90도 꺾인 형태로 총연장 약 12m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바깥 온도는 34도를 웃돌았으나, 동굴 안은 섭씨 15도를 유지했고 폭은 2.5m 가량이다. 그동안 대전에서 발견된 동굴은 입구로부터 직선으로 파고든 형태가 일반적이었으나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왼쪽과 오른쪽으로 꺾인 형태로, 오히려 동굴을 직선으로 보았을 때 오른쪽으로 구멍이 난 것처럼 출입구가 만들어져 있었다.



입구에서 오른쪽은 8m 가량 진행되나 굴착이 중단돼 암벽으로 막혀 있고, 왼쪽의 옥계동 방향은 토사가 무너졌으나 한참을 더 연결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 관리인은 "20여 년 전에 집을 매입하고 이웃집에 비만 오면 빗물이 유입되는 것을 보고 동굴의 존재를 알고 입구에 토사를 걷어내 지금의 형태를 복원했다고 들었다"라며 "옥계동까지 연결되어 있고 자원을 개발하려 만들었다고 주민들께서 말해주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동굴 바닥 여러 곳에 물이 고인 형태이면서 벽면에 화약이나 착암기 등의 흔적은 없었으나, 날카로운 도구로 돌을 깬 흔적은 역력히 남아 있었다. 또 복원 구간이 짧아 굴착 목적이 자원개발이었을지 일제강점기 전쟁에 대비한 방공호이었는지 이날 추정하기 어려웠다. 다만 입구라고 여기는 부분이 실은 출구이고 동굴을 만들기 시작한 입구는 반대쪽 어딘가에 따로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안영종 문화유산 울림 대표는 "보문산 가장 남단까지 인공동굴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고, 벽면이 붉게 물들어 철분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어 조성 목적과 시기는 주민들 증언을 조금 더 수집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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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침산동 보문산에서 발견된 동굴의 옥계동 방향으로 토사가 무너져 더는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사진=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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