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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실 위기, '땜질'로 버티지 못한다

  • 승인 2024-09-05 18:20

신문게재 2024-09-06 19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는 대형병원들이 늘어나면서 '응급실 셧다운' 위기는 현실화할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밤 경기 의정부 성모병원을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문제는 있지만 비상진료 체계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말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의 병원 방문이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나고 전문의들의 사직이 늘면서 응급실 진료를 축소하는 의료기관은 계속 늘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과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등이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상태고, 아주대병원은 매주 목요일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순천향대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등도 응급실 축소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응급실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의대교수 비대위는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전문의 부족 등으로 산모 분만이 안되는 곳은 14곳, 흉부대동맥 수술이 불가한 곳은 16곳,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곳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의대 증원 명분은 지역·필수의료 강화였으나 의정 갈등 장기화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분야가 '치명상'을 입을 상황에 처했다.

응급실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언제까지 군의관과 공보의로 메울 수는 없다. 의료 공백 사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의정 갈등이 해법을 못 찾을 경우 대통령 국정 수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의정부 성모병원을 방문해 "국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의료 공백 사태로 불안에 떠는 국민을 위해 의대 증원 조정 등 결단을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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