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나고 전문의들의 사직이 늘면서 응급실 진료를 축소하는 의료기관은 계속 늘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과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등이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상태고, 아주대병원은 매주 목요일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순천향대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등도 응급실 축소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응급실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의대교수 비대위는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전문의 부족 등으로 산모 분만이 안되는 곳은 14곳, 흉부대동맥 수술이 불가한 곳은 16곳,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곳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의대 증원 명분은 지역·필수의료 강화였으나 의정 갈등 장기화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분야가 '치명상'을 입을 상황에 처했다.
응급실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언제까지 군의관과 공보의로 메울 수는 없다. 의료 공백 사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의정 갈등이 해법을 못 찾을 경우 대통령 국정 수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의정부 성모병원을 방문해 "국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의료 공백 사태로 불안에 떠는 국민을 위해 의대 증원 조정 등 결단을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