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환 대표 |
고향사랑기부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조성되어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분석한 2022년 국내 기부금 총액은 15.1조 원으로 이 중 10.7조 원이 개인기부다. 특이점은 해당 기간 기업기부가 9천억 원 감소했으나, 개인기부는 오히려 4천억 원 증가했다는 점이다. 즉, 국내의 개인기부자들은 명분만 있으면 언제든지 기부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참고로 일반기부제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이라는 충분한 유인책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초, 두 가지의 각기 다른 뉴스를 접했다. 지난해 농협 창구를 통해 기부한 사람 중 14.8%인 1만 1307명 답례품을 받지 않았다는 뉴스와 2008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일본 고향납세 모금액이 10조 원을 돌파했다는 뉴스였다. 상이한 뉴스에 대한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소식을 접한 전문가들은 현대의 모금은 직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파하고 있다.
일본의 모금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요인은 기부가 직관적으로 변화된 직후였다. 민간 플랫폼에서 기부가 가능해지고, 세액공제가 동시에 처리되면서 기부자는 접근과 행정처리에 부담이 사라졌다. 더불어 기부라는 속성 상, 기부금에 대한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가 동시에 보장되는 지정기부 시행이 신뢰도를 비약적으로 가져왔다.
제도 도입 당시 총무대신을 맡고 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고향납세 모금 활성화를 위해 '공급과 수요를 혁신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그는 모금이 되지 않는 이유를 홍보에서 찾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접근이라고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일을 주도해야 하는 지자체는 모금을 통해 확실히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게끔 유도했고, 총무성이 지원하는 지방창생 정책과 공동 추진하게끔 지원했다. 시장의 니즈에 맞는 답례품이나 기부를 받는 플랫폼의 설계와 운용은 공공의 영역이 아니라고도 정의했다.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민간이 공공성을 가지고 최대한 지자체와 협업을 해가면서 일을 할 수 있게끔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이런 혁신적인 움직임이 10조 원 시대를 여는 발판이 되었다.
농협 창구에 기부한 사람들 중 14.8%가 답례품을 받지 않은 것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잘 생각해보면 창구에서 기부를 하고, 다시 집에 돌아가 고향사랑e음에 접속하여 답례품을 선택 후 배송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직관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일본 선례에 비춰봤을 때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여럿 있다. 참고로, 일본의 오프라인 고향납세 기부는 답례품 자판기 같은 직관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1일, 행정안전부는 '자주 쓰는 웹과 앱을 통해 고향사랑기부 가능해진다'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디지털서비스 개방'의 하나로 민간플랫폼을 통한 고향사랑기부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개방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8월 14일부터 '2024년도 하반기 디지털서비스 개방 참여기업 공모'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에 참여할 민간 기업을 공모했다. 공고문에 의하면 행정안전부는 이르면 연말 내로 API 개발, 연계테스트 및 개통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부자 입장에선 그간 직관성이 떨어지는 온오프라인 기부 방식이 대폭 개선될거란 기대가 있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 홍보를 해 왔다. 그 노력이 적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은 약 650억 원이 모금됐다. 이 중, 전액 세액공제 구간인 10만 원을 기부한 비율은 83%였다. 이들에게는 클릭 한 번으로 기부가 되고, 일목요연하게 한 페이지 내에서 기부금에 대한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며, 1년에 한 차례 들어가 보는 사이트가 직관적이길 바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부 소식을 지속적으로 뉴스레터 등으로 받아볼 수 있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바라 맞이하는 생활인구로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홍보가 아닌 직관성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의 핵심은 직관성이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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