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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희망의 노래

양동길/시인, 수필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4-11-09 12:27
혼탁한 정국을 보며 낙망하는 사람이 많다. 국운이 다한 것일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낙망은 사랑의 결핍, 자신의 의지 약화 같은 내적요인, 타인과 환경 악화 같은 외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개인적인 것에서 사회, 국가, 인류전체에 대한 규모의 크기도 있을 법하다.

낙망은 미래가 없는 것이다. 희망의 상실이다. 잃어버린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절망이 된다. 희망이 없어 체념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1813 ~ 1855, 덴마크)는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다"라 했다. 한계와 허무함을 자각하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島山 安昌浩, 1878 ~ 1938, 독립운동가)는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했다. 청년, 젊은이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지만,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꿈이 있으면 살고 꿈이 없으면 죽는 다는 것이요, 국가민족도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저마다 사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삶의 목표요 목적이다. 굳이 구분하여 말하는 것은, 목표는 단기적인 것이요, 목적은 장기적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소박한 것에서부터 인류 구원과 같은 원대한 포부에 이르기까지, 미래지향적인 모든 것이 포함된다.



희망, 꿈은 살고자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을 깨어나게 하는 힘의 원천이요, 길을 열어주고 밝혀주는 등불이다. 미래뿐 아니라 현재의 우리를 지탱해주고 빛나게 해준다. 낙망은 그러한 꿈의 상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꿈이 고정 불변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우리는 변화하기 위해 사는 것 아닌가? 부단히 가꾸고 살찌워야 한다. 그것도 창의적으로. 목표상실의 예하나 들춰 본다.

삼국시대 신라에는 화랑제도가 있었다. 당시엔 부국강병이 국가의 중대 목표 중 하나였다. 삼국 중 가장 작은 신라에겐 더욱 절실한 과제였다. 그러기 위해 건전한 심신단련 인재와 상부상조의 협동심이 필요했다. 민간에 내려오던 청소년 단체를 국가적으로 양성화 하였다. 단기적으론 예비군 확보 창구가 되었으며, 장기적으론 국가에 필요한 인재 양성기관이 되었다. 충효와 도의를 배우고 닦았으며, 노래와 춤, 명승지 순례로 기상을 키우고 심신을 연마하였다. 당연히 체계적 군사훈련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현묘한 도가 있었으니 그를 풍류라 이른다. <삼국사기>에 '이는 3교를 포함한 것으로, 집안에서는 효도하고 밖에서는 나라에 충성을 다하니 이는 공자의 뜻이며, 모든 일을 거리낌 없이 처리하고 말하지 않고 실행하는 것은 노자의 뜻이며, 악한 일을 하지 않고 선만을 행하는 것은 석가모니의 교화 그대로이다.' <삼국유사>에는 화랑을 통하여 '악을 고쳐 선으로 옮기게 하고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에게 순하게 하니 오상과 육예와 삼사와 육정이 널리 행해졌다.'고 했다. 원광법사의 세속5계도 전한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기어야 한다), 사친이효(事親以孝, 효로써 부모를 섬기어야 한다), 교우이신(交友以信, 믿음으로써 벗을 사귀어야 한다), 임전무퇴(臨戰無退, 싸움에 나가서 물러남이 없어야 한다), 살생유택(殺生有擇, 살아있는 것을 죽일 때에는 가림이 있어야 한다)이다.

화랑에 대해 <삼국사기> <삼국유사> <제왕운기> <화랑세기> 등에 미미하게 전하기는 하나, 구체적 내용이나 체계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삼국통일의 밑바탕, 원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통일의 주역이었던 김춘추, 김유신 등은 물론 사다함, 관창, 비령자, 거진, 합절, 원술 등 수없이 많은 구국인물과 인재가 배출되지 않았던가.

삼국통일의 꽃으로 활짝 피었으나, 통일이란 꿈이 이루어지자 변질과 몰락의 길을 걷는다. 꿈이 사라지고, 방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변화를 도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꿈이 없기에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 아닐까? 나아갈 미래가 없으니 거짓과 부허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낙망,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대한 희망, 꿈을 만들고 키워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노래하자. 부단히 노력하자. 열심히 성찰하고 배우는 것은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노력하다 보면 적절한 기회도 주어진다. 또 하나, 자의식 과잉의 축소 및 해소가 필요하다. 세상은 자신만을 위해서, 자기 마음대로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자기 사랑의 영역확대로 타인과 사회, 인류를 사랑해야 한다. 실천궁행하여야 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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