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의 주택 모습. 집 전체가 쓰레기더미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
12일 오전 11시께, 중구 산성동의 주택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언덕배기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혀를 내둘렀다. 손끝이 향한 곳은 쓰레기와 고물더미가 3층 높이만큼 쌓여 있는 집. 언뜻 폐가처럼 보였지만 거주자가 있어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의 집이라고 설명했다. 산처럼 쌓인 탓에 수년째 동네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니 해당 주택은 바깥마저 쓰레기더미로 둘러싸여 출입문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종이상자 등 각종 생활폐기물과 냉장고, 오래된 문짝, 빗자루, 옷장, 빨래건조대 등 낡은 가재도구가 뒤섞여 탑처럼 쌓여있었다. 고무 볼라드 등 가정집에 있는 것이 생소한 물품들도 있었다. 폐기물들이 주택 뒤편의 야산까지 침범한 것을 보아 쓰레기양만 해도 족히 20톤은 돼 보였다. 거주자는 고물 더미에 놓인 작은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집안을 드나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12일 오전 11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의 한 주택 모습. 쓰레기더미가 3층 높이까지 쌓여 주변 주차 차량을 덮칠 거 같은 위험천만한 모습이다. (사진=정바름 기자) |
관할 구청인 중구청에 확인 결과, 이곳은 지난해에도 구청에서 청소 지원을 한 후 집에 쓰레기를 쌓지 못하도록 거주자로부터 서약서까지 받은 곳이었다.
동네에서 만난 한 고령 주민은 "최근까지도 집주인이 조그마한 보행기에 쓰레기를 잔뜩 싣고 언덕을 올라 집으로 향하는 것을 봤다"며 "바로 옆 빌라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1년 전에 구청에서 나와 폐기물 청소를 해줬는데도, 다시 쓰레기를 쌓아놨다. 미관상으로도 보기 안 좋지만, 쓰레기가 떨어져 다칠까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인근 고물상 운영자는 "거주자가 종종 고물상에 폐기물을 팔려고 온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에는 구청뿐 아니라 자율방범대, 경찰까지 나섰다. 첫 시작은 지역 주민들의 치안공동체인 자율방범대의 순찰을 통해서다. 지난 10월 8일 산성동 자율방범대는 동네 순찰 중 해당 주택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112신고를 했다. 이후 중부경찰서가 중구청에 조치 요청을 한 것이다. 중부서에서 주민 안전을 위해 거주자를 설득했고 중구청과 함께 해당 주택에 대한 환경 정비를 돕기로 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오는 22일 거주자 위생과 동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중구청 환경과에서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설 계획인데, 구청 공무원 노동조합과 경찰도 함께 해당 주택을 찾아 봉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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