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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자연의 작은 일꾼, 꿀벌을 지키는 우리의 역할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심효준 기자

심효준 기자

  • 승인 2025-03-26 10:26

신문게재 2025-03-27 18면

(목요광장)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봄이 왔다. 도로를 따라 이어진 과수원에서는 연분홍빛 복숭아꽃, 뽀얀 배꽃, 사과꽃이 활짝 펴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 아름다운 꽃들을 반기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작은 날갯짓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꿀벌도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맛있는 꿀을 만들어 주는 단순한 벌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일꾼이다.

꿀벌은 농업에서 필수이며 전 세계 식량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화분 매개 곤충이다. 화분 매개 곤충이란 꽃가루나 꿀과 같은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식물에 있는 꽃가루를 자연스럽게 몸에 묻히고, 이를 다른 꽃으로 옮겨 열매나 종자의 결실을 돕는 곤충을 말한다. 복숭아, 사과, 배, 딸기, 참외, 수박 등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많은 과일과 채소가 꿀벌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꿀벌 개체 수 감소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주요 농작물의 70%는 꿀벌 같은 화분 매개 곤충에 의존하고 있으며, 꿀벌이 사라질 경우 과일, 채소류 등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많은 야생 식물들도 꿀벌 활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고, 다양한 동식물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결국 꿀벌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 전체가 심각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2만 6000여 양봉 농가가 250만 봉군의 꿀벌을 사육하고 있으며, 특히 2021∼2022년 월동 중 전례 없는 꿀벌 집단 폐사(약 40만 봉군 피해)가 발생해 화분 매개용 꿀벌 부족으로 과수와 양봉 농가의 피해가 컸다. 원인으로는 살충제 내성을 가진 꿀벌응애 증가, 바이러스성 질병, 외래 해충인 등검은말벌 피해, 이상기후, 밀원식물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꿀벌을 보호하고 농업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먼저, 병해충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우수 품종이 중요하다. 다행히 충남농업기술원 산업곤충연구소는 2025년 3월 공주와 보령 삽시도에 꿀벌자원육성지원센터를 준공하고 본격적인 꿀벌 품종 육성 및 연구를 시작했다.

꿀벌은 공중에서 다중 교배를 하는 곤충이기에 순수 품종을 육성하려면 다른 꿀벌과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꿀벌은 혼자서 2∼5km 정도의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 스스로의 힘만으론 날아가기 어려운, 대천항에서 14㎞ 떨어진 삽시도 증식장은 품종 개발과 증식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우수 품종에 이어 체계적인 꿀벌 병해충관리도 필요하다. 꿀벌응애를 없애기 위해 월동 전 철저한 방제, 약제 내성을 대체할 신규 약제 개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기 탐지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 질병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정밀 기술과 mRNA 기반 바이러스 억제 기술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제 개발도 중요할 전망이다.

꿀벌을 잡아먹는 등검은말벌은 봄철 여왕벌 포획을 통해 개체군 밀도를 낮춰야 하는데 효과적인 말벌 유인액과 트랩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양봉 시스템 구축으로 생산성을 향상 시켜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스마트 벌통은 IoT 센서를 이용해 온도, 습도, 벌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조기 이상 감지가 가능하다. 원격 자동 급이 장치, 말벌 경보장치 등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앞으로는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꿀벌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다면 양봉 농가는 소득을 유지할 수 있으며, 농업인은 과일과 채소의 원활한 생산을 통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 또한 품질 좋은 꿀을 공급받을 수 있어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길 기대한다.

/김영 충남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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