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

송기한 대전대 교수

조훈희 기자

조훈희 기자

  • 승인 2025-08-11 16:26

신문게재 2025-08-12 19면

송기한 대전대 교수
송기한 대전대 교수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지 115년이 됐다. 그는 순국 직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조국이 해방되는 날, 자신은 천국에서 춤을 추겠다"라고. 그러는 한편으로 "자신의 유해를 조국으로 옮겨 안장해 달라"고 했다. 조국은 해방됐지만 그의 유해는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그의 유해가 어디에 묻혔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채로 남아 있다.

그동안 남쪽 정부에서는 그의 유해를 찾기 위해서 몇 번의 시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이제는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북쪽 정부에서도 안 의사 유해를 찾기 위한 시도가 있었을 것이지만 그쪽의 사정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데 있어서 여러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주변국과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남쪽 정부의 내부 사정일 것이다. 주변국이란 북쪽 정부와 일본, 중국이다. 먼저 일본의 문제이다. 안 의사가 순국했을 때, 그의 유해는 당연히 유족에게 갔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가족에게 넘기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국 독립의 결기를 가진 사람들이 그의 무덤 앞에서 선서하고 만주 벌판으로 떠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 정부 자료실 어디인가에 안 의사가 묻힌 장소를 알 수 있는 근거가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모른다고 일관할 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진정한 한일관계란 아마도 여기서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중국과 북쪽 정부의 문제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전혀 외교상의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남과 북이 합의하면 유해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고 천명한 까닭이다.

남는 것은 남쪽과 북쪽의 문제이다. 그동안 북쪽은 안 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임을 내세워 그에 대한 연고권이 북에 있다고 했다. 반면 남쪽은 남쪽대로 안 의사의 유해가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했고, 그 연장선에서 유해 발굴의 주체 또한 남쪽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터이다. 이런 주장들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이루며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 버린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안 의사의 유해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뤼순(旅順) 감옥 뒤편의 공동묘지는 현대화의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거의 훼손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흘러가면 아마도 안 의사의 유해는 영원히 찾지 못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1909년 조선의 한 청년은 하얼빈 인근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열차를 기다렸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인물이 이 열차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립은 이 인물을 제거하는 데서 시작되는 일이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가슴 속에 숨겨진 태극기와 권총을 어루만지며 이 청년은 하얼빈 역 풀랫폼에 늠름하게 서 있었다. 열차 문이 열리고 조선 침략의 원흉이 보였다. 그는 아무런 주저 없이 권총을 꺼내 들었고 방아쇠는 당겨졌다. 그 당긴 힘은 청년의 물리력이 아니라 2000만 조선 민족의 정신과 조국에 대한 사랑에 의해 나온 것이다. 원흉은 그 자리에서 꺼꾸러졌다. 청년은 그가 사라진다고 해서 조국이 곧바로 독립된다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니 뤼순 감옥의 차가운 방에서 순국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것이 아닌가. "조국이 광복되는 날 자신은 천국에서 춤을 추겠노라고" 말이다.

안 의사에게는 남과 북 모두가 조국이다. 그의 입장에서 연고권은 의미가 없다. 냉정히 보면, 안 의사의 유해는 북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것 말고도 더 있다. 남쪽에는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친일파 또한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현실을 만들어놓고 무슨 염치로 안 의사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는가. 지금 중요한 것은 연고권으로 줄다리기 하면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하루라도 빨리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일이다. /송기한 대전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