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일회용 컵 보증금제만 해도 오락가락하다 폐기 수순을 밟은 셈이 됐다. 유예를 거쳐 세종과 제주에서만 우선 시행하기로 물러선 뒤,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전국 확대 시행을 보류했다. 지금까지의 보증금제나 다회용 컵 사용이 왜 흐지부지됐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지역에 예외를 둬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기후위기 대응이란 단순한 믿음에서 벗어나야 일회성 대책으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불만은 컵 가격이 얼마냐의 문제가 아니다. 일회용 컵 값을 면제받고 탄소중립포인트를 얻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건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텀블러 생산 과정에서 종이컵의 24배, 플라스틱 컵의 13배에 달하는 온실가스 발생 문제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배달 앱과 테이크아웃 문화의 확산, 소비 구조 변화는 일회용품을 일상화시켰다. 그 대안을 무상 제공 금지에서 찾는다면 공감하기 힘들다. 카페 자영업자들은 예고만으로 고심하고 있다. 정책 취지가 좋더라도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친환경 정책으로 정책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일회용 컵 사용 금지는 선례가 있다. 2003년 내린 규제는 5년 만에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풀었다. 시범사업 등으로 연기를 거듭했던 정책들을 다시 소환해볼 필요가 있다. 빨대 정책만 해도 3년 만에 세 차례나 바뀌어 혼선만 키웠다. 국민 생활에 불편 없도록 제조·유통·사용·폐기 등 전(全) 주기에 걸친 통합적 대책과 함께 가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실패한 정책들과 유사한 이유로 똑같은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가 100~200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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