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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아이들의 미래로 이어지는 오늘

나은지 세종이음학교 교사

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 승인 2025-12-25 00:00
이음학교 나은지 선생님
나은지 세종이음학교 교사
교직 경력 6년 차인 나는 올해 세종이음학교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다. 첫 발령지는 초등학교였고, 두 번째 근무지는 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였다.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짧은 경력이지만 세 번째 근무지인 특수학교로 전보를 신청했다. 이 세 곳의 근무지는 나에게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선물해 줬다.

초등학교 특수학급 담임으로 근무할 때 나는 통합교육을 위해 통합 학급 담임과 협력하고, 개별화 교육을 실시하며, 장애이해교육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 힘썼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는 특수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경험했으며, 특수교육대상학생 선정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며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부모님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재택순회교육을 하며 학교에 오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등교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공했는데, 수업을 마치고 부모님과 나누던 깊은 상담들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유치원부터 전공과까지 다르게 운영되는 교육과정을 직접 보게 되었고, 학교급 간 교육과정이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함께 근무하는 선·후배 특수교사들에게 자문을 하며 학생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자주 갖게 되었다. 근무지는 달랐지만, 세 곳 모두에서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교육의 중심에 학생의 성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나는 초등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같은 학교의 중학생·고등학생·전공과 학생을 마주할 때면 우리 반 학생들이 유난히 어리게 느껴진다. 어느새 10월이 되어 아이들과 롯데월드로 졸업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준비하며 '졸업'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고, 아이들은 마냥 놀이공원에 간다는 설렘으로 들떠 보였다. 놀이기구를 타고, 간식을 먹고, 퍼레이드를 보며 신난 아이들을 보자 나 역시 행복해졌다.

여행이 끝난 뒤 한참이 지나,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저희 중학교는 언제 가요?" 그리고 이어 또 물었다. "중학교 끝나면 뭐해요? 고등학교 끝나면요?"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었지만, 그 속에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진심 어린 궁금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이 작은 질문이 '전환'의 시기가 찾아왔다는 신호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막연하게 전환교육을 성인기와 직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초등 특수교사인 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라 생각하며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학생의 질문을 듣는 순간, 전환교육은 어느 한 시기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령기부터 일상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 온 경험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는 작은 자립생활의 결과들이 결국 성인기의 삶과 직업 세계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초등 시기의 전환교육도 중요한 출발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멀다고만 생각했던 어른이 된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나는 이 아이들이 새로운 시기로 원활하게 이동하여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앞으로는 지금의 하루하루가 아이들의 미래와 연결된다는 마음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교육하며 아이들의 전환을 준비해 주고 싶다.

아이들과 지내며 배우는 것이 많다. 그중 하나는 바로 '소확행'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단조로운 일상에 안정감을 느끼고 작은 일에도 환하게 웃는다. 늘 더 큰 행복을 바라보며 바쁘게 움직이던 나는, 아이들을 보며 소소한 순간에도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배우고 있다.



떨림과 설렘 속에 맞이했던 새 학기가 어느새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문득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제 중학교 입학이라는 중요한 전환을 앞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쌓아온 작은 성장들이 이 아이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기를 조용히 바라게 된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나는 변함없는 응원과 지지, 그리고 따뜻한 격려를 마음 깊이 담아 전하고 싶다.
/나은지 세종이음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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