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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다만, 국가적 대의를 위해 지역이 감내해야 할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점 또한 현실이다. 대전 서구와 유성구를 포함해 충청권 곳곳이 대규모 송전선로의 경과지가 되면서, 주민들의 우려와 지역 개발의 제약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갈등으로 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력망 확충이라는 대전제 속에서 지역과 전력당국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있다.
다행히 최근 대전·충청권에서는 이러한 상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2025년 12월, 오랜 기간 답보 상태였던 당진시와 한국전력 간의 송전선로 건설 관련 논의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합의점을 찾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일방적인 추진이나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책 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지역의 실익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같은 시기 충남 서산 대산단지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최종 지정된 사실이다. 이는 충청권이 단순한 전력 수송의 경유지를 넘어,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지정된 특화지역 내 기업들은 전력 시장 규제 특례를 적용받아 약 6~10% 저렴한 전기요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연간 최대 170억 원의 원가 절감 효과로 이어져,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전·충청권에 시사하는 바가 명확하다. 송전망 확충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협조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에너지 저렴 지역'이라는 독보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RE100 트렌드 속에서 안정적이고 저렴한 청정에너지 공급은 기업 유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충남도가 구상하고 있는 천안, 아산, 보령, 예산 등으로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확대 전략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는 전력망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첨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둥지를 트는 '에너지-산업 융합 클러스터'를 만드는 청사진이 될 수 있다.
이제 대전·충청권은 '수도권의 배후지'가 아닌 '국가 에너지 균형 발전의 선도 모델'로서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첫째, 지역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교한 지원 체계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송전 설비 주변 지역에 대한 주민 지원 사업을 단순한 현금성 보상을 넘어,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둘째,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과 충남의 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해야 한다. 첨단 ICT 및 AI 기술을 지능화된 전력망 운영에 접목하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내에서 다양한 에너지 신사업 실증을 주도함으로써 '기술'과 '자원'이 시너지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대전·충청권은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지역 경제의 체질을 혁신하는 실리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부와 전력당국 또한 충청권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이에 상응하는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제도적 지원으로 화답해주기를 기대한다. 2026년, 대전·충청권이 대한민국 전력망의 튼튼한 '대동맥'이자, 에너지 신산업이 힘차게 박동하는 '심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한승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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