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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차 한 잔에 담긴 마음, 키르기스스탄의 따뜻한 차 문화

황미란 기자

황미란 기자

  • 승인 2026-01-21 09:00
1-1. 바키예바누리자스딸배코브나_사모바르와 차(pixabay사진)
사모바르와차 (출처=픽사베이)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예로부터 차를 매우 사랑해 왔다. 녹차와 홍차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음료로, 아침·점심·저녁 식사 때마다 차를 함께 마신다. 차는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음료가 아니라, 가족과 이웃을 이어 주는 중요한 문화이자 소통의 매개다.

키르기스스탄 가정에서는 손님이 예고 없이 찾아와도 반드시 차를 대접한다. 차만 내는 것이 아니라 빵, 사탕, 잼, 그리고 집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내놓는 것이 예의다. 차를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차 맛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차 문화는 늘 웃음과 대화가 함께한다.



차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기술이 필요하다. 차를 만드는 사람은 찻잎의 양, 물의 온도, 우리는 시간 등을 잘 알아야 한다. 또한 컵에 차를 따르는 양도 중요하다. 손님에게 차를 따를 때는 한 컵에 가득 따르지 않고 조금씩 내며, 뜨겁게 주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차를 준비하는 역할은 주로 어머니나 며느리가 맡는다. 나 역시 어머니께 차를 대접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어머니와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누었던 약속과 대화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릴 적에는 이모가 특별하게 만들어 주시던 차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뜨거운 물에 찻잎을 넣고 우유와 소금을 더해 만든 차였는데, 그 고소하고 깊은 맛은 지금도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이렇게 우유와 소금을 넣어 마시는 전통 차 문화도 널리 전해 내려온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차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특별한 도구는 '사모바르'다. 사모바르는 러시아에서 전해진 전통 차 끓임 기구로, 차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도구로 알려져 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도 사모바르로 차를 끓여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이는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차를 마시며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 그 자체가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다. 결혼이민자로서 한국에 살고 있는 지금도, 고향의 차 문화는 내 삶 속에 깊이 남아 있다. 한 잔의 차에는 가족의 사랑, 손님을 향한 존중,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차를 마시며 고향을 떠올리고, 그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

바키예바누리자스딸배코브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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