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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멕시코의 메누도 : 몸과 가족,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내장탕

황미란 기자

황미란 기자

  • 승인 2026-01-21 09:00
3-1. 잇셀 나옐리_메누도 음식(명예기자사진2)
멕시코 전통요리 '메누도'. (잇셀 나옐리 명예기자)
메누도(Menudo)는 멕시코 전통 요리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음식 중 하나로, 멕시코의 역사와 생존의 기억이 깊이 담긴 요리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있지만, 메누도가 사회적 불평등과 식량 부족이 심했던 19세기, 그리고 멕시코 혁명기를 거치며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당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소의 모든 부위를 활용해야 했다. 생존을 위한 재료들은 사람들의 지혜와 필요 속에서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재탄생했고, 시간이 흐르며 그 깊은 맛과 회복 효과를 인정받아 계층을 넘어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메누도는 소의 내장인 트리페(beef tripe)와 호미니(hominy), 그리고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오랜 시간 끓여 만든 진한 스튜다. 매콤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이 특징이
3-1. 잇셀 나옐리_메누도 음식(명예기자사진)
사진=잇셀 나옐리 명예기자
며, 차가운 날씨에 특히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메누도는 단순한 스튜가 아니라, 오랜 시간과 정성이 담긴 '기다림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영양 균형이 뛰어나 해장 음식으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메누도는 축하 행사나 가족 모임 같은 특별한 날에 제공되며, 특히 일요일 아침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족과 친척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 한 냄비의 메누도를 함께 나누며 식사를 시작하는 것은 멕시코 문화에서 공동체의 의미를 상징한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메누도를 떠올린다.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이 음식은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의 기억을 불러온다. 매콤한 국물 한 숟갈에는 식탁에 둘러앉아 웃고 이야기하던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메누도는 버려질 것 같은 재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멕시코 사람들의 지혜와 회복력을 보여 주며, 동시에 가족과 공동체를 이어 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결혼이주여성으로서 한국에 살고 있는 지금도, 메누도는 나에게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문화 속에서 자랐는지를 잊지 않게 해 주는 음식이다.

한 그릇의 메누도를 함께 나누는 순간,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삶, 그리고 가족의 기억이 하나로 이어진다. 그래서 메누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식탁 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잇셀 나옐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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