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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
그럼에도 대전에는 오래된 두 개의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과학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한때 널리 회자됐던 '노잼도시'다. 과학기술의 중심지라는 모토와 재미없는 도시라는 농담 사이에서 대전의 이미지는 어중간한 위치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이 두 표현만으로 오늘의 대전을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전의 이야기는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대전은 조선시대 회덕과 진잠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밭'이라는 공간에서 출발했다. 넓은 들판을 뜻하는 한밭은 교통과 행정의 결절점으로 성장했고, 근대 이후 철도와 행정체계의 변화 속에서 대전이라는 도시로 발전했다. 이후 중앙정부 주도의 대덕연구개발단지 조성과 1993년 대전엑스포를 거치며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더해 오늘의 과학도시로 자리 잡았다.
대전엑스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행사였고, 당시 전국적 관심을 모은 대표적 이벤트였다. 더욱이 국제행사가 서울에 집중되던 시기, 대전엑스포는 세계적 행사도 지방도시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며 지방화 시대의 이정표가 되었다. 이 행사는 대전을 대외적으로 각인시킨 첫 도시브랜드의 계기이기도 했다. 최근 대전은 우주산업과 바이오산업 등 첨단과학기술 기반 산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으며 과학도시의 정체성을 잇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자산이 곧 도시의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자산을 재해석하고 가치를 창출할 때 비로소 도시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도시마케팅은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를 확산하고 활성화하는 활동이다. 도시마케팅이 도시를 알리고 사람을 오게 만드는 전략이라면, 도시브랜딩은 그 도시가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 것인가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도시브랜딩은 도시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작업이며, 도시마케팅은 그 정체성을 사회와 시장 속에서 확장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와 마케팅은 한때 주로 기업의 언어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도시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도시의 단체장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를 넘어 도시를 운영하는 경영자의 역할까지 요구받게 되었다. 더 활력 있고 더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일은 이제 도시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도시의 가치와 기능을 바라본 세계적 도시전문가들의 관점도 대전을 해석하는 데 참고가 된다.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의 생명력이 거리의 다양성과 일상의 활력에서 나온다고 보았고,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의인재와 개방성이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찰스 랜드리는 도시가 상상력과 문화적 창의성으로 재생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도시 경쟁은 시설 규모 같은 단순한 가시적 가치보다 도시를 바라보는 인식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전은 매우 흥미로운 위치에 서 있는 도시다. 과학기술이라는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 하나의 분명한 도시 이미지로 완전히 정립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지리적 중심에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대전은 이미 완성된 브랜드의 도시라기보다 지금도 해석되고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무엇을 가진 도시인가보다, 그 자원을 통해 어떤 이야기로 쓰일 도시가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대전의 다음 변화를 여는 출발점일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질문, 대전은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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