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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한국에서 기술로 미래 여는 다문화 남매의 성장기

언어 장벽 넘어 다솜고에서 꿈 키운다

전종희 기자

전종희 기자

  • 승인 2026-04-14 07:52
다솜고 에릭과 에델린 남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에릭과 에델린 남매의 모습(사진=한국폴리텍 제공)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온 에릭과 에델린 남매에게 처음 마주한 일상은 쉽지 않았다. 2023년 입국 당시, 언어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 중학생이던 에릭은 버스 안에서 청소년 요금을 설명하지 못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고, 에델린 역시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귀가해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입학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서류 문제로 곧바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지만, 가족의 노력 끝에 에릭은 중학교 3학년, 에델린은 2학년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전기 분야에 관심을 보이던 에릭은 교사의 권유로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에 진학했고, 1년 뒤 에델린도 같은 학교를 선택했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기술고등학교인 이곳에서 남매의 삶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안정적인 생활환경 속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점차 학교생활에도 적응해 나갔다. 에릭은 한때 가장 어려워했던 한국어를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꼽게 되었고, 에델린은 체육 활동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기숙사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집이 됐다. 평택에 있는 가족이 그리울 때면 기차를 이용해 찾아가고, 집에서는 막내 동생을 돌보며 시간을 보낸다. 낯설었던 한국 음식에도 점차 익숙해졌다. 에델린은 김치볶음밥을 즐겨 먹게 되었고, 에릭은 고향 음식과 한국 음식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방향을 찾지 못했던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에릭은 앞으로 대학에서 전기 기술을 더 깊이 배우고, 항공기 전기 정비 분야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때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던 소년은 이제 자신의 꿈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던 기반은, 학교라는 든든한 울타리였다.
제천=전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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