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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선은 탈락, 비례는 당선권

도민 선택 위에 놓인 공천 셈법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 승인 2026-05-06 09:12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경남 진주 도의원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국민의힘 진주 제4선거구 경선에서 탈락한 백승흥 진주시의회 의장이 경남도의원 비례대표 4번을 배정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4일 광역의원 비례대표 순번을 확정했고, 백 의장은 4번에 이름을 올렸다.

진주 제4선거구 경선에서는 유계현 도의원이 백승흥 후보와 경쟁해 후보로 확정됐다.

그런데 지역구 경선에서 밀린 후보가 곧바로 비례대표 명부에 오른 셈이다.



절차상 가능하다는 말은 할 수 있다.

지역구 공천과 비례대표 추천은 형식상 다른 절차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에서 형식이 전부는 아니다.



정치는 법 조항만으로 서는 집이 아니다.

상식이라는 기둥이 함께 서야 한다.

경선은 무엇인가.

당원과 유권자에게 후보를 고르게 하는 절차다.

그 절차에서 탈락했다는 것은 한 번 판단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끝나자마자 비례대표라는 다른 문이 열린다면 도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선은 경쟁이었는가.

아니면 보여주기식 절차였는가.

진주지역 한 언론사 대표가 SNS에 올린 글도 이 지점을 정면으로 찔렀다.

"도민의 선택으로 탈락한 결과를 편법으로 뒤집는 행태"라는 표현은 거칠지만, 그 안에는 공천을 바라보는 지역 민심 불신이 담겨 있다.

이 사안의 본질은 특정 후보 한 사람 문제가 아니다.

공천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 문제다.

비례대표는 경선 탈락자를 구제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역구에서 밀린 사람에게 다시 주는 예비 좌석도 아니다.

비례대표는 정당이 내세우는 가치와 대표성을 담는 명부다.

여성, 청년, 직능, 사회적 약자, 지역 균형, 정책 전문성.

비례대표제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래서 정당은 비례 명부를 낼 때 더 엄격해야 한다.

지역구 경선 탈락자가 비례대표 당선 가능권에 들어갔다면 설명은 더 필요하다.

언제 비례대표 공모에 신청했는지 밝혀야 한다.

어떤 심사를 거쳤는지 밝혀야 한다.

다른 신청자보다 앞선 이유도 밝혀야 한다.

그 설명이 없으면 도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납득하지 못하면 의혹은 커진다.

의혹이 커지면 공천은 승복의 절차가 아니라 불신의 출발점이 된다.

국민의힘 경남 공천은 이미 곳곳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함안·거창군수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공천 효력을 정지한 사례까지 나왔다고 보도됐다.

정당 공천은 정당 내부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방선거 공천은 결국 도민 선택지와 직결된다.

공천이 흔들리면 선거가 흔들린다.

선거가 흔들리면 지방정치 신뢰가 무너진다.

정당은 이 문제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규정상 가능하다"는 답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민이 묻는 것은 가능 여부가 아니다.

상식에 맞느냐는 질문이다.

정치는 신뢰를 먹고 산다.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명분도 껍데기가 된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다시 세운 공천은, 절차 설명 없이는 도민 눈에 '패자부활전'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진주=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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