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향수옥천 유채꽃 축제'가 기상 악화에 따른 유채꽃 고사로 3년 연속 무산된 가운데, 필자는 지역 향토 음식인 '마주조림'을 찾아 금강변을 방문했습니다. '마주'는 모래무지를 일컫는 옥천 방언으로, 이곳의 마주조림은 메주콩을 듬뿍 넣어 비린내를 없애고 시래기와 함께 조려내어 깊고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질 오염으로 점차 귀해지고 있는 모래무지를 활용한 이 요리는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얼큰하고 진한 국물 맛으로 식객들에게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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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 금강변. (사진= 김영복 연구가) |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신무산(897m)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금강을 호수처럼 잔잔하다하여 호강(湖江)이라고도 부르며, 금산에서는 적벽강(赤壁江), 영동군에서는 양강(陽江), 옥천군에서는 적등진강(赤登津江), 차탄강(車灘江), 화인진강(化仁津江), 말흥탄강(末訖灘江), 형각진강(荊角津江), 공주에서는 금강(錦江), 웅진강(熊津江), 부여군에서는 백마강(白馬江)이라 부른다.
경주고속도로를 달리다. 금강휴게소 내에 있는 금강IC를 나와서 강을 거스르는 도로를 따라 4㎞남짓 달리면 2023년까지 만해도 옥천 동이면 금강변에 이 즈음에 노란 유채꽃이 활짝 펴 장관을 이루던 곳이라 해서 찾았으나 도로변 여기저기 행사 취소를 알리는 현수막만 걸려 있다.
아름답던 금강변 노랑꽃 향연인 '향수옥천 유채꽃 축제'가 3년 연속 불발되고 있었던 것이다.
군은 올해 축제를 위해 지난해 10월 유채 종자 500㎏을 파종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500㎏을 보식했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철 한파와 동해로 상당수가 고사했고, 보식한 개체들의 발아율이 극히 낮아 단지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안타깝지만 일부 남아 있는 유채꽃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아 본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시절에 맞게 봄꽃이 여기저기 활짝 핀다.
경상도에선 흔히 유채꽃을 "시나나빠(しななっぱ))"라고 부른다. 이는 일본어 중국에서 온 잎을 먹는 채소(시나나빠しななっぱ)에서 비롯된 듯하다.
시나는 일본어로(しな, 支那 옛 중국) 낫빠(なぱ) 즉 잎을 먹는 채소라는 뜻이다. 전라도에서 사용하는 '가랏'도 '芥子からし'의 카라시를 일본어 그대로 사용한 듯하다. 전남 일부지역에서는 '저시살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한다.
'저시살이'는 밭에서 죽지 않고 겨울을 넘겨서 이른 봄에 먹을 수 있는 배추 같은 채소를 의미하는 월동초 등을 통칭하는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채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추천 영어명은 rape(레이프)다. 어원은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강간을 뜻하는 영어 단어 rape와 같은지라 거부감이 들어 영미권 화자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구분을 위해서 유채꽃을 지칭할 때는 '씨앗(seed)'을 붙여 rapeseed라고 부르는 편. 영문위키에도 rapeseed가 표제어로 되어있다. 또한 카놀라유는 유채꽃에서 추출한 기름인데, rape oil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뭐한지라 다른 줄임말 표현인 '카놀라'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유채는 종자번식을 하며 9~10월에 심어 이듬해 3~4월에 꽃이 피고 5~6월에 열매를 맺는다.
성숙한 이삭 길이는 대개 35~45㎝이고 한 이삭에 30~40개의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각과로서 길이 8㎝가량의 원통 모양이다. 중앙에는 봉선이 있으며 다 익으면 봉합선이 갈라져서 씨가 떨어진다.
속은 2실로 나뉘고 투명한 막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보통 20개가량의 짙은 갈색 씨가 들어 있다. 끝에 긴 뿌리가 있고 원주형이며 익으면 흑갈색 종자가 나온다. 꽃봉오리가 맺히기 전 여린 잎은 쌈채소, 국, 무침, 겉절이 등 여러 가지로 쓰이지만, 꽃은 그다지 식용으로 많이 쓰이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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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나루터. (사진= 김영복 연구가) |
마주가 뭘까?
5, 60년간 전국을 찾아 다니며 지역의 향토음식을 맛봐 온 필자도 처음 듣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마주조림의 원 재료가 모래무지라는 소리에 금방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모래무지를 옥천 사람들은 '마주'라고 했다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모래무지의 학명은 Pseudogobio esocinus로 잉어목 잉어과의 민물고기로 모래가 있는 맑은 물에 산다. 모래무지는 개울 바닥에 딱 붙어 서식하며 모래 속 먹이를 먹고 도로 모래를 뱉어낸다고 해 '취사어(吹沙魚)'라고 부르며 크기는 15∼25㎝로 작은 편이다. 배는 은백색, 등은 진한 갈색을 띤다. 꼬리 끝으로 갈수록 자연의 색과 흡사한 검은 점박이 무늬가 진해져 모래 속에 숨어 있으면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반도 황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모든 하천에 분포하는 모래무지는 부르는 이름이 많다.
조선 전기의『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나 조선 영조 연간에, 왕명으로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여지도서(輿地圖書)』, 조선 후기에 김정호(金正浩 1804~1866)와 최성환(崔煥 1813~1891)이 함께 편찬한 지지(地誌)『여도비지(輿圖備志)』,『대동지지(大東地志)』모두 모래무지를 취사어(吹沙魚)라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사를 한글로 각각 '모래마자'·'모리모자'라고 쓰고 있으며, 이를 설명하여 "계간(溪澗)과 강호(江湖)에 모두 있는데 비늘이 잘고 황백색이며 등에는 흑반문(黑斑文)이 있다. 꼬리는 모지라졌고 갈라져 있지 않다. 지느러미가 억세어 사람을 쏜다. 큰 것의 길이가 5촌에 못 미친다. 대체로 물고기 중에서는 작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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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 향토 음식 '마조조림'. (사진= 김영복 연구가) |
조선 후기에, 병조참지, 예조참의, 대사간 등을 역임한 문신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은 풍덕부사와 충주목사를 지낸 후 조사위장(曹司衛將) 등을 역임한 후 만년에 한양에 별채를 짓고 '일로(佚老)'라는 편액을 걸고 정원에 화초를 가꾸면서 소일하던 최량(最良) 김성최(金盛最 1645~1713)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어느덧 다시 초여름이 되었습니다. 맑고 온화한 날씨에 조섭하시는 형의 건강은 좋으신지요? 도성에 들어오셨다고 들었는데 이곳 생활이 비록 자연의 정취는 없지만 친척과 정담을 나누는 것으로 노년을 위로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저는 병으로 칩거하는 처지라 형의 새집에서 한번 뵙고 담소를 나눌 수가 없어 한스럽습니다. 저는 질병이 요즈음 더욱 위독해져서 죽는 것을 조화옹(造化翁)의 손에 맡기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희 집에선 새로 큰 그물을 짜서 날마다 앞 여울에서 물고기를 잡는데, 병이 들었어도 이따금 방문을 열고 내려다보노라면 매우 즐겁습니다. 이제 모래무지 한 마리를 보내는데 이것은 밤에 잡은 것입니다. 이곳의 풍미를 알려드리고 싶어 보내는 것이지만 형께는 특별한 물건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습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이 돌아올 적에 행호(杏湖)의 갈치를 보내주시면 강호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입니다. 병을 무릅쓰고 글을 쓰느라 다른 사연은 일일이 쓰지 못합니다." 농암은 포천에서 말년을 보내며 그물을 짜 모래무지를 잡아 한양에 사는 최량(最良)에게 보내며 쓴 편지다.
다산(茶山) 정약용 (丁若鏞, 1762년~1836년)은 사월 이십일일에 절에 올라갔다가 이십이일에 산을 내려와 강촌에서 자고, 이십삼일에는 두미에 배를 띄우고 그물질을 하였으나 고기를 얻지 못하여 서운한 마음에서 시를 지었는데, 그 몇 구절을 소개하면
"都無一鱗堪貫柳(도무일린감관류)아가미를 꿸 만한 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요. 唯有吹沙耿猶懸(유유취사경유현)불안하여 벌벌 떠는 모래무지만 있어라 數奇命窮不走(수기명궁견불도)그놈 운명이 다하여 걸려서 못 달아난 걸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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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 향토 음식 '마조조림'. (사진= 김영복 연구가) |
그러나 모래무지는 맛이 좋아 소금구이, 조림, 매운탕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매운탕으로 끓여 먹어도 매우 별미라고 평가된다. 옥천의 마주 조림이 특별한 것은 비린내를 잡는 것이라고 한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메주콩을 듬뿍 넣어 잡내를 없애고 구수한 맛을 끌어올리는데, 무, 시래기, 대파 등 채소와 민물새우, 그리고 고춧가루, 간장,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을 넣어 조려서 요리한다.
마주조림 소(小)자 하나를 시켰는데, 큰 냄비에 조림이 보글보글 끓면서 나온다.
음식 위에 깔려 있는 무청시래기를 걷어내니 마주가 가지런히 누워있다. 마릿수가 제법 넉넉하다.
크기는 10~15㎝ 정도. 앞 접시에 한 마리 올려 발라먹는다. 젓가락을 가져가니 살이 부드럽게 분리된다.
모래무지의 살점을 무청시래기로 감아 한 점 먹는다. 질긴 섬유질을 잘 다스려 부드럽기 그지없다. 양념이 잘 배여 짭조름하면서도 몽글몽글한 식감이 참으로 근사하다. 이처럼 밥에 얹어 먹어도 좋고, 마주 살점과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린다.
붉게 물든 국물이 사람 침샘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국물 한 술 떠 먹어 보니 짙고 두터운 국물 맛이 일품이다. 탁자 위에 오래도록 조리면서 먹으니 국물 맛이 묵직하다. 몇 술 계속해서 떠 먹으니 약간 매콤한 것이 세상에 없던 입맛도 다 돌아올 정도다. 맛이 진하면서도 개운하고 깊으면서도 시원하다.마주조림이 바닥을 드러낼 때쯤 보니 냄비에 메주콩이 잔뜩 깔려있다.
먹는 내내 알게 모르게 구수한 맛이 은근하게 돌던 이유가 바로 이 메주콩 때문이었다.
이 집은 콩이나 무 등을 직접 재배해서 사용한다고 한다.국내 전역의 큰 하천에서 쉬 볼 수 있었던 모래무지는 수질오염과 무분별한 강모래의 채취로 인해 금강 유역을 중심으로 일부 하천에서만 서식하는 귀한 몸이 되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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