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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인대전]교단의 꿈을 접고 링 위에 서 꿈을 향해 대전시체육회 복싱팀 권희진

교사임용 준비하며 우연히 시작된 복싱 여정
부모님의 반대 극복하고 강력한 인파이터로 성장
대전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전국체전 메달 도전
지도자의 길을 꿈꾸며 끝나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26-05-19 08:53

신문게재 2026-05-19 8면

교사를 꿈꾸던 권희진 선수는 임용 준비 중 우연히 접한 복싱의 매력에 빠져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링 위로 인생의 경로를 변경했습니다. 현재 대전광역시체육회 소속 미들급 강자로 활약 중인 그녀는 주요 전국 대회를 석권하며 국내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체전 메달 획득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권희진 선수는 향후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선수 생활의 후반전을 열정적으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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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체육회 소속 복싱 선수 권희진(-75kg, 미들급) 선수가 연습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미래를 꿈꾸던 예비 교사의 손에는 이제 분필 대신 두툼한 글러브가 끼워져 있다. 대전광역시체육회 소속 권희진(-75kg, 미들급) 선수의 이야기다. 서른다섯, 선수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지만 그녀의 주먹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고 단단하다.

권희진의 이력은 독특하다. 복싱을 시작하기 전 그녀의 목표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선생님'이었다. 교생실습까지 준비하며 교육자의 길을 걷던 그녀를 링으로 이끈 건 우연한 기회였다. 임용을 준비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친구를 따라간 체육관에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권희진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좋았지만, 경직된 조직문화와 행정 업무는 맞지 않는다는 고민이 있었다"며 "복싱을 하며 난생 처음으로 뜨거운 승부욕을 느꼈다. 운명처럼 다가왔다는 표현이 딱 맞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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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체육회 복싱팀 권희진 선수가 복싱 훈련장에서 샌드백을 치고 있다.금상진 기자
20대 중반에 시작한 복싱의 꿈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전문 선수의 길을 결심하고 나간 첫 대회에서 그녀는 소위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겪었다.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어떻게 때려야 할지도 몰랐다. 이게 선수의 주먹이구나 싶어 뇌리가 번쩍했다"는 고백에서 당시의 치열했던 고민이 묻어난다.

가장 큰 벽은 부모님의 반대였다. 안정된 교직을 뒤로하고 거친 복싱의 세계로 뛰어든 딸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권희진은 "살면서 부모님께 무언가 하고 싶다고 고집 피운 게 처음이었다. 울면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진심은 통했다. 이제 아버지는 경기 영상을 녹화해 조언을 건네고, 딸의 메달 소식을 동네방네 자랑하는 가장 든든한 '1호 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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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바라보는 매서운 눈빛 인파이터 권희진 선수가 센드백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금상진 기자
인파이터인 권희진의 전매특허는 강력한 훅이다. 스스로 약점이라 꼽는 스텝은 같은 팀 동료이자 대전 복싱의 간판인 임현철·임현석 형제와 호흡하며 보완하고 있다. 훌륭한 롤모델들과 함께 땀 흘리는 환경은 그녀가 미들급 강자로 군림하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권희진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협회장배와 전국종별선수권 등 주요 대회를 휩쓸며 국내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경북 출신인 그녀에게 이제 대전은 제2의 고향이다. 7년째 대전 살이 중인 권희진은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거나 줄을 서서 빵을 사 갈 때면 '대전 사람이 다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도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 그녀는 선수 생활의 후반전을 준비 중이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전국체전 메달 획득이다. 권희진은 "메달의 색깔보다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고 싶다"며 "선수 생활 이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꿈꾸고 있다. 지금 스승님들께 훈련법과 지도 철학을 열심히 배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부담 갖지 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녀의 다짐 속에는 노련함과 절실함이 공존했다. 교단이 아닌 링 위에서 아이들이 아닌 자신과 싸우며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는 권희진. 그녀의 '최종 목표'를 향한 질주는 현재진행형이다.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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