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유서 깊은 특화거리들이 산업 구조 변화로 위기에 처하자, 장인의 기술에 청년의 감각을 이식해 지속 가능한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전통산업 리빌딩'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사는 아날로그적 소장 가치와 교육을 통한 접근성 확대로 인쇄업의 생존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으며, 긴자 모토지는 독보적인 장인정신과 현대적 마케팅을 결합해 기모노의 고급 브랜드화와 성공적인 가업 승계를 이뤄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통의 가치 보존과 세대 간 승계가 지역 산업 부활의 핵심임을 시사하며, 대전 특화거리 또한 글로벌 교류와 새로운 산업 철학을 통해 100년 미래를 설계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장인의 정교한 기술에 청년의 대담한 감각을 이식해 자생적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할 새로운 산업 철학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지역 전통산업 부활 공식을 새롭게 증명해 낸 일본의 주요 도시와 산업 현장들을 직접 둘러보고, 그들의 경영 철학과 청년 세대로의 승계 모델을 우리의 산업에 접목할 방안을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100년을 바라보는 미래 산업을 향한 '대전 특화거리 전통산업 리빌딩'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① 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일본 출판업계와 기모노 장인의 비책
③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다'…일본 교토 니시진오리의 전통 계승 노력
④ 한-일 청년 세대 교류의 장을 열어 더 넓은 시장을 꿈꾸다
⑤ '발전 의지에 방점을'…산업 지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다
인쇄업과 전통의상이 현대화 시대에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일본은 자신들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도쿄 대표 신문사로 손꼽히는 '마이니치 신문사'와 일본 도쿄 긴자의 고급 기모노 가게 '긴자 모토지'가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전통을 고수한다는 건 그들만의 장인정신과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믿음과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새로운 신문물이 나오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좁아지는 시장을 정면 돌파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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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모토 슈지(YAMAMOTO Shuji·64) 마이니치 신문출판사 대표이사. (사진=방원기 기자) |
▲"아날로그는 디지털을 대신할 수 없다."=야마모토 슈지(YAMAMOTO Shuji·64) 마이니치 신문출판사 대표이사는 쇠락하고 있는 인쇄 출판업이 나아갈 길에 대해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물로 소장할 수 있는 상품이 인쇄물인 신문이라는 것이다. 야마모토 슈지 대표이사는 1986년 마이니치 신문사에 입사해 도쿄본부 사회과장과 서부본사 편집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9년 올림픽·패럴림픽 사무국장으로 임명됐으며, 2022년 서부본사 대표를 거쳐 2024년부터 마이니치 신문출판사 사장 겸 CEO로 재직 중이다. 야마모토 슈지 대표이사는 시대가 아무리 변한다고 한들, 종이에 글씨가 적힌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그 시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인쇄물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마다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록을 만든 종이는 신문인데, 아무리 디지털 시대가 팽배했다고 한들 자신이 직접 만지고 보고 느끼고, 물품에 대해 소장을 할 수 있는 느낌은 디지털이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인쇄 출판업이 나아갈 방법으로는 수집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감각적인 것 등을 키워나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남아 있어야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0년 가량을 인쇄 출판업에만 몸담은 업계의 산증인이다. 4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1992년부터 2001년까지 햇수로 10년 동안 이어진 장기 불황을 피해갈 순 없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업을 이어올 수 있던 건 그만의 고집과 철학이 담겨있어서다. 그는 경쟁력을 높일 방안으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어릴 때부터 인쇄물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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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모토 슈지(YAMAMOTO Shuji·64) 마이니치 신문출판사 대표이사. (사진=방원기 기자) |
아마모토 슈지 대표이사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신문 만들기에 대한 걸 강의했는데, 이런 노력 등은 일종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을 취재해서 많은 이들에게 보급되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교육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신문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시사 문제를 내주고, 아이들은 신문을 통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신문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신문을 보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중요한 정보를 찾기도 하지만, 여러 정보 등을 한눈에 익힐 수 있는 장점도 뒷받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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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모토 슈지(YAMAMOTO Shuji·64) 마이니치 신문출판사 대표이사. (사진=방원기 기자) |
그는 앞으로 미래 산업에 대한 돌파구에 대해선 팔리는 출판물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야마모토 슈지 대표이사는 "가량 10만부가 팔리면 10억원의 매출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팔리는 책을 만들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문이란 인쇄 출판업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 산업이라고 했다. 규모가 줄어들 순 있겠으나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야마모토 슈지 대표이사는 "취재하는 과정과 사회 문제에 대한 좋은 점, 나쁜 점 등을 조명하는 건 신문이 최적화됐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업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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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진보초역. (사진=방원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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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지요다구 진보초 고서점 거리. (사진=방원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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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지요다구 진보초 고서점 거리. (사진=방원기 기자) |
일본의 서점 거리가 현재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자국 내에선 출판·인쇄업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 도래에도 아날로그를 더 중시하는 일본 문화적 관점에서 대표적인 도쿄 지요다구 진보초 고서점 거리는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새 책부터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중고 서적까지 여러 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거리는 일본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인쇄 거리에 들어서려면 도쿄 진보초역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해당 역에는 벽에 책이 꽂혀있는 무늬를 곳곳에 진열해 고서점 거리를 들어서기 전 해당 역 인근이 고서점 거리라는 걸 한눈에 보여준다. 인근 카페에선 구매한 책을 볼 수 있는 곳도 곳곳에 위치 했으며, 카페 내에서 구비한 책과 커피를 함께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아카리(28) 씨는 "새 책도 좋지만, 이곳엔 손쉽게 구매할 수 없는 중고서적도 많다"며 "지하철부터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서점 거리가 있어 종종 방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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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긴자에 위치한 긴자 모토지 기모노 가게 모습. (사진=방원기 기자) |
▲"고급스러움과 전통으로 승부 봤죠."=고메이 모토지(KOUMEI MOTOJI·76) 긴자 모토지 회장은 기모노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며 오랜 시간이 걸려도 누에고치의 암수 중 수놈만 골라 고품질의 원단으로 제작한다. 여느 일본 기모노 가게와는 달리 명품보다 더 명품을 만들고자 하는 그만의 고집이 현재의 긴자 모토지 기모노 가게의 명맥을 잇게 했다. 47년 전부터 줄곧 이어오던 그의 전통적인 방법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방문을 이끌었다. 여러 잡지에 실린 긴자 모토지 기모노를 보고 매료돼 일본 방문차 가게에 들러 1시간 이상 옷을 둘러보며 프랑스와 일본에서 이슈 몰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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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메이 모토지(KOUMEI MOTOJI·76) 긴자 모토지 회장. (사진=방원기 기자) |
고품질 원단은 가까이서 보지 않더라도 빛나기 마련이다. 좋은 옷을 입고 싶은 열망은 긴자 모토지로 쏠렸고 최근엔 중국의 젊은 커플이 한 자리에서 기모노와 오비 800만 엔을 구입하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8000만 원가량이다. 미국인 역시 300만엔 방문복을 맞춤·제작하기도 하며 일본 내에서 화제를 낳았다. 고메이 모토지 기모노는 풀을 먹이는 시간 자체부터 오랜 시간 공들여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기모노 한 벌에 적게는 50만 엔부터 많게는 300만 엔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고객 만족도는 높다. 이 같은 장인정신은 일본 내 자국민의 인기도 높다. 시중에 인기가 많은 브랜드 명품 옷보다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자국민들은 비즈니스를 할 때 기모노를 입으면 그날은 성공적으로 일을 끝마친다는 생각에 한국 돈으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옷을 주저 없이 구매한다. 부의 상징과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전통 의상인 기모노에 관심이 젊은 층 사이에서 높아지기 시작하며 1년에 2~3벌씩 맞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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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메이 모토지(KOUMEI MOTOJI.76) 긴자 모토지 회장. (사진=방원기 기자) |
꾸준한 성장과 괄목할 성과는 처음부터 나온 게 아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전통산업 특성상 산업을 이어갈 사람이 필요한데, 후계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메이 모토지 회장은 "아들이 선뜻 기모노 산업을 물려받길 주저했으나, 해외에서 여러 경험을 하다 보니 기모노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았다"며 "후계자가 없었다면 장사를 접을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 전통 산업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물려받는 것까지 왔다"고 말했다. 현재는 아들인 케이타 모토지(KEITA MOTOJI·41) 긴자모토지가 사장 자리에 올라 고메이 모토지 회장과 함께 가게의 전반적인 운영을 도맡고 있다. 케이타 모토지 긴자 모토지 사장은 기모노 가업 승계에 대한 가장 큰 매력으로 역사의 결정체를 꼽았다. 케이타 모토지 사장은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 하나로 모으는 응집력의 결정체가 바로 기모노라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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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메이 모토지(KOUMEI MOTOJI·76) 긴자 모토지 회장이 기모노 원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방원기 기자) |
그는 기모노 가게를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싱가폴과 홍콩, 타이완 등에서 SNS를 보고 찾아오는 소비자도 많아지는 추세다. 고메이 모토지 회장은 전통산업 후계자를 자국 내 국한하지 않고 여러 나라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봤다.
고메이 모토지 회장은 "일본의 대부분 기모노 가게는 전통산업 특성상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하는 이들이 상당수인데, 우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모노를 알리기 위해 런던과 아일랜드 등지에 후계자 성격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며 "자국 내 국한하지 않고 한국과도 교류가 밀접하게 형성된다면 전통산업 후계자를 함께 공유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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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아사쿠사 관광지에서 일본인들이 기모노를 입고 관광을 하고 있다. (사진=방원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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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아사쿠사 관광지에서 일본인들이 기모노를 입고 관광을 하고 있다. (사진=방원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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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아사쿠사 관광지에서 판매·대여 중인 고모노 가게 모습. (사진=방원기 기자) |
고급 기모노인 고메이 모토지가 있다면, 도쿄 주요 관광지인 아사쿠사 등지에선 젊은 층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모노 판매·대여점이 곳곳에 있다. 전통 고급 기모노는 다소 비싼 가격에 쉽게 다가서기가 어려운 게 단점인데, 이 같은 장벽을 허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일본 지역민들이 관광지에 들러 손쉽게 대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일본 내 20·30세대들이 일찌감치 기모노를 입어보고, 중·장년층이 됐을 때 고급 기모노로 구매가 이어질 수 있다. 아사쿠사 관광지에서 기모노를 대여한 일본인 히메(32) 씨는 "예전엔 전통 의복이란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엔 귀엽고 세련된 디자인이 많아졌다"며 "20대 때부터 친구랑 놀러 오면 한 번씩 입어보곤 하는데, 나중에 제대로 된 기모노를 구매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방원기·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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