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전 지방선거 공약 분석 결과 개발 중심의 공약이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평화 관련 공약은 단 한 건도 없어 시민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는 가치 중심의 행정이 실종되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매몰되어 무기 산업의 위험성과 과거 국가폭력 희생자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당선인들과 지방의회는 이제라도 주민 안전 조례 제정과 평화 교육 활성화 등 실질적인 입법 활동을 통해 선거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평화의 가치를 지역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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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재균 팀장 |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 그리고 대전시민과 함께 이번 지방선거 대전지역 후보자 2,920건의 공약을 분류했다. 공약 분류는 기후정의·성평등·평화·시민참여라는 네 가지 가치를 기준으로 삼았고, 얼마나 가치에 충실한 공약이 있는지 확인했다. 기후정의 공약은 62건, 성평등은 36건, 시민참여는 57건이었다. 그리고 평화 공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체 공약의 5%도 채 되지 않는 가치 공약 중에서도 평화를 이야기 하는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전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사업청 등 기관이 모여있고, 안산국방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그런만큼 방위산업과 평화의 긴장 관계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다뤄야 할 곳이 바로 대전이다. 그런데 후보들의 공약은 반대 방향을 향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방산 AX 클러스터 구축'을 약속했다. 당락을 가르지 않고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 조성', '방위사업청 중심 방위산업클러스터' 등 후보자들은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제성 위주의 방산 육성만 있을 뿐, 무기 산업이 지역사회와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성찰은 어디에도 없었다.
방산 클러스터가 지역경제의 해법이라는 논리는 낡았다. 대규모 공공 재정이 투입되고 정밀 기술과 위험 물질을 다루는 방위산업은 생산 시설 인근 주민의 안전, 환경 영향, 재정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난 1일 대전에서 일어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는 일자리와 성장을 내세우는 동안 발생한 참사다. 안전과 평화의 질문이 뒷전으로 밀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 사고가 이미 보여줬다.
이런 무기산업은 전쟁의 상처 위에 짓고 있는 것이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민간인 수천 명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됐다. 조사는 이어지고 있지만, 희생자들에 대한 지방정부 차원의 공식 추모와 기억의 공간은 여전히 없다. 방산 클러스터의 경제적 성과를 자랑하기 전에,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이 땅의 사람들을 어떻게 기릴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역 안전'이고, 평화를 정책으로 불러오는 출발점이다.
그렇기에 지방정부가 평화를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이 안전하고 존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무가 있다. 지방의회도 무기 산업 확장에 따른 주민 안전권, 환경오염 리스크 감시, 재정 투입의 적절성 검토 등 마땅히 다뤄야 할 생활 의제다. 방산단지 조성에 관한 주민 공청회를 열고,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촉구하고, 지역 내 평화교육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것 모두 지방의회 고유의 권한이다. 평화는 국가 정책의 영역에만 속하지 않는다.
민선 9기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런 만큼 권력의 무게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수 의석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아니라, 더 많은 목소리를 들을 의무다. 평화 공약이 전무했던 선거가 끝난 지금, 지방의회는 그 공백을 입법과 감시로 채워나가야 한다. 방위산업 시설 인근 주민 안전 조례, 국가폭력 피해자 추모 지원 조례, 지역 평화교육 활성화 조례 그리고 방위산업 등을 재검토하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공약은 당선 이후 행정의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창이다. 평화 공약이 없었던 당선인이 임기 중에 평화의 가치를 행정 안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은 낮다. 평화를 시민이 계속해서 묻지 않으면 4년은 또 다시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당선인들도 이제 평화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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