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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효준 기자 |
그럼에도 나는 AI를 업무에 가능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젊은 세대 기자로서 기술을 먼저 겪어보고 다뤄봐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지만, 실무적 유용함도 분명해서다. 최근 일본 도쿄·교토 출장은 AI의 잠재력을 온몸으로 체감한 계기였다.
출장 계획부터 사전 조율까지 모든 활동이 AI를 통해 이뤄졌는데, 가장 빛을 발한 것은 번역과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과거 같으면 값비싼 통역사를 고용해야 했을 과정이었지만, AI 덕분에 나는 직접 교토시청 관계자들과 현지 상인회장에게 일본어로 취재 협조를 요청할 수 있었다. 단순한 단어 매칭 수준의 번역이 아니었다. 일본 현지 관공서 특유의 딱딱하면서도 극도로 정중한 어조, 공문 발송 시 지켜야 할 문구 예절과 문화적 맥락까지 AI는 정확히 짚어냈다. 홀로 맨땅에 헤딩하듯 준비했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영역이다. 실제 현지 일정에 동행한 전문 통역사에게 발송 문서를 보여주었더니, "일본인이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이질감이 없다"는 놀라운 평가가 돌아왔다. AI의 성능이 인간의 영역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명확했다. 텍스트 너머의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순간 AI는 철저히 무력했다.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몸짓으로 전달되는 행간의 맥락을 읽어내야 할 때, 현장의 긴장을 풀어줄 유머와 위트가 필요한 상황에서 AI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눈을 맞추며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 방식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AI가 참 든든하면서도 동시에 아쉽고 차가운 존재였다.
기사 작성이라는 본연의 업무에서도 현시점의 AI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중은 AI가 기사를 뚝딱 써 내려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내가 원하는 수준의 날카롭고 완성도 높은 기사 원고를 뽑아내려면, AI에게 입력해야 할 초안과 정보를 조리 있게 나열하는 데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프롬프트를 짜고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 쓸 시간이라면, 이미 기사 한 편을 스스로 완성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오히려 AI가 출력해 낸 어색한 초안을 내 문체로 수정하고 팩트를 재검증하는 작업이 처음부터 혼자 작성할 때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늘날 AI는 현대사회의 전 산업에 걸쳐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단순 생산직과 사무직뿐만 아니라 고비용의 투입이 필요했던 전문직까지 AI 활용 시도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치며 생존법을 앞다퉈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AI 기술은 앞으로도 무서운 속도로 고도화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일본 출장 일대기처럼 AI는 앞으로도 모두를 지배하는 '황제'가 아니라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계가 명확한 만큼, 복잡한 맥락 속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 영토다. 명작을 만드는 것은 결국 화려한 붓이나 정교한 조각칼 같은 도구가 아니다. 장인의 날카로운 판단과 감각, 그리고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다. 이 엄연한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고 기술 만능주의에 빠지는 사람과 기업은 결국 변화의 흐름 속에서 좌초될 것이다.
그러니 아직 거부감으로 인해 업무에 AI를 활용하지 못한 사람이나 기자가 있다면 나는 일단 얼른 시도해보길 권장한다. 도구의 정체를 알아야 두려움도, 거리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AI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믿음이 강했던 사람이라면, 부디 지금부터라도 AI를 조금씩 멀리하길 바란다. 결국 본질을 완성하는 것은 당신의 주체적인 사유와 감각이듯이, 적어도 당신에게는 AI가 인생의 동반자보다는 방해꾼이 될 가능성이 크다./심효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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