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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도시행복아카데미개설준비위원장 |
OECD 3위의 근로 시간과 직장인 절반 이상이 격는 번 아웃 사례도 대표적인 전근대적 노동문화의 산물입니다. 한국형 번 아웃은 위계 중심의 직장 문화와 함께 미래 불안과 업무 과중, 업무 만족도 저하, 취업난과 실업 증가의 악순환과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가장 적게 일의 의미를 인지하는 역설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은 더 큰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번 아웃의 악령과 오랜 시간 함께 해야 합니다. 번 아웃은 열정 소진과 냉소화를 거쳐 효능감이 붕괴되는 진행 단계를 거칩니다.
입사 초기나 이직 초입 단계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버팁니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노력과 보상, 의미가 공정하게 돌아오지 않으면 에너지는 서서히 바닥나게 됩니다. 다음 단계는 냉소화(Cynicism)입니다. 이제 더 이상 일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동료와 조직을 대하는 시선도 차가워집니다. 어차피 해봤자 소용없다는 학습된 무기력이 내면에 자리잡게 됩니다. 더 무서운 한국적 특징은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입니다. 몸은 직장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입니다. 잡코리아의 2022조사는 한국 직장인의 56%가 조용한 사직상태라고 합니다. 번 아웃의 마지막 단계는 효능감 붕괴(Efficacy Collapse)로 자신이 아무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느낌이 옵니다. 작은 업무조차 버겁게 느껴집니다. 번 아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문화와 구조의 문제입니다. 번 아웃을 고백하는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도시행복아카데미개설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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