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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사업화실장 |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듀얼유스(Dual-use, 민군 겸용) 기술의 부각이 있다. 듀얼유스 기술은 과거 안보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 민간에 적용되는 방향이었다면 최근에는 새롭게 민간에서 부상하는 AI, 드론, 로봇, 에너지 저장 장치 등 첨단기술이 안보 분야에 빠르게 적용된다. 민간 시장의 기술이 군사 안보 영역에서 전력 창출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다.
우주산업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위성정보는 농업, 기상, 환경, 내비게이션 등을 위한 데이터가 되지만, 동시에 군사 표적 탐지의 핵심 자료가 된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첨단 방산 AI 기업 안두릴(Anduril Industries)은 자율 드론과 감시체계, AI 기반 지휘통제 소프트웨어로 성장했지만 사업 영역을 우주로 넓히고 있다. 우주영역인식(Space Domain Awareness), 우주통제 등 지휘통제 역량을 우주 영역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고, 2026년 하반기 관련 센서와 엣지 컴퓨팅 탑재체를 실은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한다.
미국의 골든돔(Golden Dome) 미사일방어 구상은 이 변화를 더 극적으로 드러낸다. 골든돔은 지상 요격 체계만이 아니라 우주 기반 센서, 추적, 지휘통제, 요격 개념까지 결합하려는 대형 프로젝트다. 스페이스X, 팔란티어, 안두릴 등이 골든돔 관련 소프트웨어, 우주기반 요격체계 논의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이 사업이 단순한 군사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주 기반 미사일방어는 위성제조, 우주수송, 센서, AI 분석, 통신, 지상국, 클라우드, 반도체까지 연결한다. 안보 수요가 곧 산업 수요가 되고, 산업 역량이 다시 안보 역량이 되는 구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NATO는 상업 우주서비스를 평시·위기·분쟁 전 과정에서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했고,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자체 저궤도 위성통신망 IRIS²는 정부와 국방, 국경 감시에 활용될 보안 위성통신 체계로 설계되고 있다. 핀란드의 SAR 위성 기업 ICEYE가 NATO 본부 상황센터에 위성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례는 민간 지구관측 기업이 안보 운영의 일부가 됐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는 민간 위성통신망이 전장과 재난 대응을 동시에 떠받칠 수 있고, 영국이 군사작전에 스페이스X의 군용 위성서비스인 스타쉴드(Starshield)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상업 위성망이 이제 전략자산이 됐음을 보여준다.
국내 정책 방향도 이미 이 지점을 향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정책방향은 한국형 통합우주상황인식시스템(K-SSA)을 구축해 한반도 우주상황과 우리 우주자산을 모니터링하고, 민군 우주감시자산을 공동 구축 및 활용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제2차 우주위험대비 기본계획도 민군 정보공유 협의체, 국가 우주감시 자산 공동활용, 데이터 공유 플랫폼과 민간 서비스 시장 육성을 과제로 담고 있다. 결국 듀얼유스 방산테크 시대의 우주는 산업을 키우는 시장이고, 재난을 줄이는 사회 기반인 동시에 국가를 지키는 전략자산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위성과 발사체 등 개별 시스템 개발을 넘어 AI, 센서, 데이터, 통신, 항법, 보안 등이 결합된 경제안보 인프라를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로 발전하고 있다. 우주경제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도 민군협력과 데이터 공유, 민간 서비스 시장을 하나의 체계로 묶을 필요가 있다. 즉, 우주를 경제와 안보가 함께하는 인프라로 운영할 때 듀얼유스 방산테크는 우주에서 국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사업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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