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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도시행복아카데미개설준비위원장 |
동양의 철학자 노자는 유무상생(有無相生)을 주장합니다. 유무상생은 노자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이야기로 있음(有)과 없음(無)이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가 있어야 존재하며 공존하는 관계임을 강조합니다. 상생 자체가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의미여서 배려와 조화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관계론은 본질론과 대비되는 철학적 사유로서 절대적인 기준과 가치가 아닌 상대적인 차이가 세상의 이치라고 주장합니다. 관계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관점과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이 달라집니다.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로서 자신의 역할과 존재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관계의 상대성을 강조하는 관계 강조의 철학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사회적 본질을 중시하고 본질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이상론만을 고집하면, 집단적 기준이 마련되고 이상실현을 빌미로 억압과 지배가 당연해질 수 있습니다. 다수이거나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승자독식의 야만적 논리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강해지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나, 모두가 강해질 수는 없기에 아쉽게도 지배당하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노자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현대판 신화를 철저히 배척하고 해체하려 합니다. 모든 존재는 독립적으로 머무르지 않으며 오직 관계와 조건의 그물 망 안에서만 존재합니다. 고정된 실체로서의 나는 없으며 나는 타인, 장소, 생각, 상황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새롭게 형성됩니다. 강한 자는 약한 자가 있기에 존재하며 승자는 패자와의 관계 속에서 결정됩니다. 시간의 변화와 상황의 상대성은 영원한 승자도 없으며 영원한 실패도 없다고 강조합니다. 부드러운 것이 단단함을 이긴다고 주장합니다. 관계에서도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려 한다면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용기가 있을 때 상대도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열게 됩니다. 부족함은 약점이 아니라 관계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강함이 약함이 되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겨냅니다.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도시행복아카데미개설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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