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충청권을 관할하는 대전회생법원이 개원 100일을 맞아 사건 접수 증가와 처리 기간 단축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지역 전문법원으로서의 기틀을 성공적으로 다지고 있습니다. 성보기 초대 법원장은 회생제도를 경제적 재기를 돕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정의하며, 전문성과 시스템화를 통해 채무자의 회생 골든타임을 지키는 신속한 사법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법원은 대덕특구와 제조업 등 지역 산업 특성에 맞춘 전문적인 도산 실무를 제공하고, 패자부활을 응원하는 예측 가능한 사법 문화를 안착시킬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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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보기 대전회생법원 초대 법원장이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원 100일을 넘긴 대전회생법원의 운영 방향과 회생제도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성희 기자) |
그동안 지역에는 경제 규모와 사법 수요에 비해 전문 회생법원이 없어 개인과 기업이 신속하고 체계적인 도산 절차를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원 이후 변화도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사건 접수는 증가했고, 사건 처리 기간은 줄어들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재기의 기회를 찾는 지역민과 기업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전회생법원 초대 법원장을 맡은 성보기 법원장은 과거 태안기름유출 사고 소송을 맡는 등 지역사회와 맞닿은 굵직한 사건을 다뤄온 법관이다. 이번에는 재정적 위기에 놓인 개인과 기업의 재기를 돕는 도산 전문법원 수장으로 지역민과 마주하고 있다.
이에 중도일보는 대전회생법원 성 법원장을 만나 개원 100일의 의미와 회생제도의 본질, 지역 산업 구조에 맞는 도산 실무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개원 후 회생법원을 기다린 지역사회의 기대를 체감하고 있나?
▲3월 1일 대전회생법원이 문을 연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대전·세종·충청을 아우르는 전문법원으로서의 기틀을 다지는 데 법원 구성원들이 매진해 왔다.
지역사회의 기대는 접수되는 사건의 규모와 직접 만나는 대전 시민들을 통해 체감한다. 개원식에서 대전회생법원의 출범을 '지역민들의 오랜 염원'이라고 표현했다. 지역의 경제 규모와 인구에도 불구하고 도산 전문법원이 없어서 지역민들이 신속하고 체계적인 사법 서비스를 받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원 이후 개인회생·파산 사건은 물론 법인회생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들이 전문법원의 신속한 구제를 얼마나 필요로 했는지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전회생법원의 관할 지역은 대전·세종·충남과 충북까지 포함한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문법원 설치 후 억눌려 있던 사법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대전회생법원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개인회생 사건은 개원 직전 3개월 월평균 1098.7건에서 개원 직후 1391.7건으로 26.6% 접수가 폭증했다. 개인파산 사건도 개원 직전 3개월 동안 한 달 평균 221.7건에서 개원 후 249.7건으로 접수가 12.6% 늘었다.
-대전회생법원 개원 전에는 대전지법 파산부가 회생과 파산 관련 처리를 해온 것으로 안다. 전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대전지방법원 도산 재판부는 업무처리가 늦은 편이었다. 반면 대전회생법원에서는 사건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개인파산 사건의 경우 접수부터 선고까지 대전지방법원에서는 2025년 평균 213.9일이었으나, 대전회생법원 개원 후 144일로 32.7% 단축됐다. 개인파산 사건의 접수 건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미제 건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사건 처리 속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개인회생 사건의 경우 접수부터 개시까지 대전지방법원에서는 2025년 평균 217일이었으나, 대전회생법원 개원 후 3개월간 평균 200일로 단축돼 전국 회생법원 평균치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대전지방법원과 비교해 대전회생법원에는 인력이 보강됐고 도산 업무에 집중해 더 높은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전지방법원에서는 법관들이 도산 업무와 민·형사 등 재판을 겸임했으나, 대전회생법원에서는 법원장도 법인회생·파산 재판을 담당하고, 법원장 포함 법관 9명이 도산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대전회생법원 직원들도 과거에 비해 증원되었고, 장기간 도산 분야에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
-회생법원을 빚 탕감해주는 곳으로 이해하는 시민이 많다. 회생제도의 본질은 무엇인가?
▲회생제도는 단순히 채무자의 빚을 감면해 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동체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처한 채무자가 생업에 복귀하고 기업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한다면 우리 지역 공동체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적 파탄에 직면한 개인과 기업을 구제 없이 방치하면 그 피해는 채무자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채무불이행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거래처나 채권자에게도 연쇄 손실을 입히고, 지역경제 침체와 사회적 불안,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회생제도는 채무자의 갱생을 돕는 동시에 채권자에게 일반적인 경매나 파산보다 나은 변제 기회를 주고, 궁극적으로 우리 공동체의 경제적 체질을 개선하는 경제적 치유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일반 사건 재판부와 달리 유의하는 점이 있다면?
▲본질적 차이 때문에 회생법원의 재판부는 일반 사건 재판부와는 확연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채무자가 건강한 경제 주체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만 무조건 채무자의 편만 든다는 것은 오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도산 절차의 악용을 막기 위해 객관적 검증을 거치기도 한다. 핵심은 두 역할의 균형과 조율이다. 정당한 권리를 가진 채권자의 이익 또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 균형감을 갖춘 합리적 조율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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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보기 대전회생법원 초대 법원장이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원 100일을 넘긴 대전회생법원의 운영 방향과 회생제도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성희 기자) |
▲개원식에서 '회생과 파산 절차에서 시간은 곧 생존'을 강조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효율성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골든타임이란 기업이나 개인이 재정적 파탄에서도 재기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다. 법인회생에서 구제 절차가 지연되면 인력이 유출되고 영업망이 끊어지며 기업 가치가 녹아내리게 된다.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도 마찬가지다. 구제가 지연될수록 채무자와 그 가족은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삶의 기반이 붕괴될 위험에 처한다. 따라서 골든타임 내에 신속하게 절차를 개시하고 인가·면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절차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이다.
-신속 처리가 현장에선 더욱 필요하지만, 충분한 심리와 괴리가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신속한 처리와 충분한 심리 사이에는 긴장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 속도에만 치중하면 채무자의 재산 은닉이나 도산 제도의 남용을 놓칠 우려가 있다. 반대로 작은 흠결까지 지나치게 엄격하게 본다면 기업과 개인이 회생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대전회생법원은 이러한 어려움을 '전문성'과 '절차의 시스템화'를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 도산 사건에 전념하는 법관과 실무진들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 쟁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최소화한다. 대전회생법원은 5월 실무준칙을 만들어 심리 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했고, 채무자들이 법원에 제출하는 필수 서류를 간소화했다. 이처럼 절차의 지연을 줄이고 핵심적 쟁점에 집중해 신속성과 충실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의 회생과 파산의 전문성은 지역 변호사나 회계사, 조사위원 등 지역 도산 실무자들 역량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실무자들과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
▲도산 절차의 성공적 안착과 질적 향상은 법원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다른 회생법원들의 정착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역 변호사, 회계사, 파산관재인, 회생위원 등 전문가들의 역량과 협력이 도산 서비스의 수준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회생법원은 도산 전문가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지역 법조계, 파산관재인, 회생위원 등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현장의 애로사항을 가감 없이 청취하고, 절차적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대전회생법원은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실무준칙을 제정하기 위해 지역 전문가와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법원 개원 이전부터 실무준칙 초안에 대해 지역 전문가 단체에 의견을 조회하고 그 결과를 제정안에 대폭 반영했다.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개인파산 채무자들에 대한 대면교육도 시작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의 업무협약도 준비 중이다. 하반기에는 지역 학계와의 공동연구가 예정돼 있다. 이처럼 지역 전문가 집단과 연대해 대전·세종·충청 권역 전체의 도산 사법 역량이 상승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
-다른 지역 회생법원과 달리 대전과 충청권의 산업 구조나 사건 특성 때문에 독자적으로 마련해야 할 실무가 있다면?
▲대전회생법원은 전국 회생법원들과 긴밀히 연계해 편차가 줄어든 실무준칙을 만들었고, 다른 회생법원들과 정기적으로 실무 협의를 하면서 전국적 편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대전·세종·충청 권역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R&D, 충남의 전통적 제조업, 충북의 바이오·이차전지, 세종의 신도시 상권과 넓은 도농복합지역까지 산업 지형이 복잡하고 다변화돼 있다. 전국 회생법원이 통일된 기준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획일적인 잣대만으로는 대전·세종·충청 권역의 다변화된 산업 특성에 온전히 대응하기는 어렵다. 대덕특구 등 기술·바이오 기업에 대해 무형 자산인 특허나 기술력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천안, 아산, 오창 등에는 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1·2차 협력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이들 중소·중견기업 하나가 도산해 생산 라인이 멈추면, 원청 기업은 물론 하청업체들까지 연쇄 도산하는 등 지역 경제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공급망이 붕괴되기 전에 신속하게 M&A(인수합병)를 추진하는 방식의 회생계획 실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자 한다. M&A에 성공할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모두 이익이 되고, 고용이 유지되어 근로자들의 경제적 기반도 안정될 수 있다. 도농복합지역의 법인 또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특정 시기에 현금 흐름이 집중되는 계절적 특성을 반영한 회생계획안 또는 변제계획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유연한 실무를 지향하려고 한다.
결국 대전회생법원은 다양한 산업적 특성을 가진 지역 기업과 채무자들이 획일적인 잣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산업별, 채무자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도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전회생법원의 초대 법원장으로 임기 동안 꼭 정착시키고 싶은 제도나 문화가 있다면?
▲초대 법원장으로서 임기 내에 반드시 안착시키고 싶은 것은 '예측 가능한 사법 시스템'과 '소통의 조직 문화'이다.
제도적으로는 대전·세종·충청 지역민 누구나 공정하고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실무를 안착시키고 싶다. 어떠한 사건이 접수되더라도 통일된 기준이 적용돼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가 재판을 신뢰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대외적인 문화 측면에서, 회생법원의 문턱을 낮추고 도산 신청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지우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채무자가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다. 패자 부활을 응원하는 따뜻한 정서가 대전회생법원 내부뿐 아니라 이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 현재 민원실에서는 민원인들에 대한 법률 상담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도산에 특화된 민원인 상담 제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법원 내부의 직장 문화이다. 회생법원에는 법관 외에도 일반 직원, 회생위원, 관리위원 등 다양한 구성원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협업하고 있다. 폭증하는 사건과 절박한 민원인들을 마주하다 보면 업무 피로도와 감정적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직역의 벽을 허물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노고를 따뜻하게 격려하는 든든한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 내부 구성원 스스로가 업무에 보람을 느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일터가 조성될 때, 비로소 도산으로 고통받는 지역민들에게도 질 높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담=고미선 부국장(사회과학부장)·정리=이현제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성보기 대전회생법원 초대 법원장은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27기를 수료했다. 1998년 3월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0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2013년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장으로 부임하며 충청권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인천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26년 3월 대전회생법원 개원과 함께 초대 법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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