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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원 한의학연구원 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이처럼 상실감과 결핍감이 몸과 마음을 흔드는 상태를 『동의보감』에서는 '탈영실정(脫營失精)'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탈영은 본래 귀했던 지위를 잃은 상태를, 실정은 부유했다가 가난해진 상태를 뜻한다. 이는 마치 폭락장을 겪는 현대 투자자의 정신적 충격과 닮아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이 주목한 것은 단순한 재산이나 지위의 변화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무너지는 마음이었다.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근심과 슬픔이 깊어지면, 외부의 사기(邪氣)가 침입하지 않아도 병이 안에서 생긴다고 보았다. 기혈이 줄고 정기가 소모되어 몸이 날로 허약해지고, 심하면 무기력하고 쉽게 놀라는 상태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주가가 급등할 때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남들은 수익을 내고 있는데 나만 기회를 놓친 것 같다는 불안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 널리 쓰이는 용어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즉 소외되어 뒤처지고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다. 투자에서 FOMO는 단순히 더 벌고 싶은 욕망이 아니다. 남의 수익이 나의 손실처럼 느껴지고, 오르지 않은 내 계좌가 실패처럼 여겨진다. 타인의 수익과 나의 현재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아직 잃지 않은 것까지 이미 잃은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심리적 덫이다.
행동경제학의 손실회피와 현대의 FOMO, 그리고 『동의보감』의 탈영실정은 시대도 언어도 다르지만 인간 마음의 본질을 설명한다. 손실회피는 잃은 것의 고통을 과장하고, FOMO는 아직 잃지 않은 것마저 잃은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동의보감』이 말한 탈영실정 역시 외부의 변화보다 그 변화에 무너지는 마음이 몸을 병들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가가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과 비교에 사로잡힌 마음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FOMO의 반대 개념인 조모(JOMO·Joy of Missing Out)가 주목받고 있다. 모든 기회를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놓쳐도 괜찮다는 마음에서 오는 여유를 뜻한다. 투자에서도 JOMO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가 아니라, 남들이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선택에 가깝다. 동의보감에서 탈영실정을 치료하기 위해 제시한 처방들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교감단(交感丹),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가감진심단(加減鎭心丹), 승양순기탕(升陽順氣湯), 청심보혈탕(淸心補血湯) 같은 처방들은 그 이름에 나타나듯 가라앉은 기운을 끌어올리고 메마른 심혈(心血)을 보충하여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JOMO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욕심을 절제하고 감정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양생(養生)의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시장은 언제든 오르고 내린다. 그러나 모든 변동을 내 삶의 성패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은 쉽게 병든다. 변동성 앞에서 심장이 뛰고 밤잠을 설친다면,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계좌의 숫자가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다. FOMO의 불안을 내려놓고 JOMO의 여유를 선택하는 것, 놓친 기회보다 지켜야 할 내면의 균형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동의보감』이 오늘을 살아가는 투자자에게 건네는 가장 오래되고도 현실적인 건강 투자 처방일 것이다. /윤지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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