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 뉴스

[독자칼럼]라다크(Ladakh)로의 여행

강만식 (대전시학교밖지원센터장)

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

  • 승인 2026-08-06 14:46
강만식센터장
강만식 대전시학교밖지원센터장
꼭 열여덟 해 만에 다시 만나는 인도였다. 2008년 타지마할, 바라나시와 같은 유명한 관광지를 지인들과 방문했을 때와 달리 아는 사람도 없이 막연히 동경하고 있던 지역으로의 여정이다. 아직도 식지 않은 세상 곳곳의 자연 및 인문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북인도 지역에 대한 동경과 궁금증이 이곳으로 나를 인도하였다.

인천에서 점심때 출발하여 저녁에 델리에 도착, 공항 근처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새벽, 이번 여행의 기점인 라다크(Ladakh)의 주요 도시인, 레(Leh)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에 올랐다. 한 시간 반 남짓 비행시간 내내 창밖에 보이는 눈 쌓인 산들을 담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공항에 도착했다. 라다크 지역이 서쪽으로는 파키스탄, 북서쪽은 타지키스탄, 북쪽과 동쪽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벳 지역과 각각 마주하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인지, 여기저기 총을 든 군인들의 모습이 흔하게 보이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 안내하는 말투, 눈빛이 조금은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3,500m나 되는 지역에 비행기로 곧바로 와서 그런지 두통약을 미리 먹었지만, 머리가 무겁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쁜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고산 증세로 이틀 동안 고생을 했는데, 급기야 한 부부는 이튿날 여행을 중도 포기하고 귀국했다.

temp_1785981316197.-1203892221
다음 날,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카르덩라 패스(Khardung La Pass)를 넘어 누브라 밸리(Nubra Valley)로 가기 위해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긴장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카르덩라 패스는 인도 라다크(Ladakh) 지방의 라다크 산맥에 위치한 고개인데 세계에서 차량으로 넘어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 중 하나로 약 5,400m을 넘어가야 한다. 라다크의 중심 도시인 레(Leh)와 아름다운 계곡인 누브라 밸리(Nubra Valley) 지역을 잇는 유일한 군사·물류 요충지였고, 카슈가르로 이어지는 비단길의 중요한 길목이었다. 카르덩라 패스로 가는 길은 2차선에 서 갑자기 1차선으로, 포장에서 비포장으로, 돌들이 떨어질 것 같은 낭떠러지 경사면의 구불거리는 도로가 주는 두려움의 기회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이번 여행을 온 기대를 한 번에 채우고 남을 정도로, 펼쳐지는 한랭한 고산 사막의 풍경, 높이 걸려있는 차분한 설산, 그들을 바라보는 새파란 하늘과 구름 조각들이 훌륭한 화성으로 어우러진 음악이었다.

temp_1785981316211.-1203892221
그 길 끝은 설산에서 시작된 청량한 맑은 하천을 아우르는 드높은 산처럼 키 큰 포플러, 오래된 살구나무, 사과나무, 버드나무 사이에 천막으로 객실을 만든 숙소였다. 넓은 자연형 호텔 안으로 이어진 개울물 소리, 협곡의 살랑이는 바람을 타는 포플러, 잘 익은 살구, 포플러 사이에 메어있는 해먹 등 모두가 사랑스럽고 평화로웠다. 더 이상 고색창연한 곰파(티벳 불교수도원)를 둘러보지 않아도 넉넉할 만큼 이번 여행의 결과는 나에게 충분하였다. 일행 중에 높은 산들, 슴슴한 음식, 그 음식 같은 풍경을 지루해하는 사람이 있어 미안하기도 했지만, 해먹에 누워 물소리, 새소리, 바람, 높이 보이는 산들을 온전하게 마주한 나는 너무 행복하다.



이틀을 느릿하게 흐르는 구름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카르덩라 패스를 되짚어 넘어 레(Leh)로 돌아왔다. 레 시내를 둘러보고, 다음날 카르덩라 패스와 비슷한 풍경, 맘먹는 고도, 눈 쌓인 창라 패스(Chang La Pass)를 넘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판공초(Pangong Tso)로 향했다. 가는 길에 어김없이 만난 한랭 사막, 협곡에 자리한 포플러로 감싸인 조그만 마을, 소와 야크, 설산에서 시작된 맑은 하천 등이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이 지역을 여행한 많은 사람들의 여행기에 황홀하고 특별하게 묘사된 염호이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판공초(Pangong Tso)였지만 나에게 춥고 스산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여기에서 노을을 보거나 1박을 하지 않아서 그 감흥을 공유하지 못한 것 같다.

temp_1785981316206.-1203892221
레로 다시 돌아와 마지막 날 저녁에 숙소 식당에서 현지 가이드와 함께 들어오는 노홍철 씨를 만났다. 연예인을, 그것도 라다크 여행 중 실질적으로 처음 만난 한국인이어서 더욱 신기했다. 그렇게 아침이 되어 국내선을 타고 델리로 나와 밤 비행기 시간까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델리 외곽의 사원을 방문했는데 2008년의 마음 불편했던 광경이 재현되었다. 많이 변하긴 했겠지만, 카오스 같은 얽히고 설킨 도로, 시장, 사람들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오래된 미래에서 소개되었던 라다크 지역의 모습이 바뀌어 가는데 일조한 여정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라다크 지역의 변치 않은 자연 경관을 보고 온 이번 여정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살은 좀 빠지고 마음은 살찐 아주 인상적이고 행복한 7박 9일이었다.



강만식 (대전시학교밖지원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