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이 전원 지역 예술인으로 구성된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오는 28일부터 선보이며, 파격적인 신예 발탁과 전석 매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외부 스타 캐스팅 관행에서 벗어나 20대 청년 성악가들을 주역으로 세우고 연극적 해설을 도입하는 등 지역 예술 자산만으로도 수준 높은 제작이 가능함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지역 인재 육성과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적 지원 및 메세나 활동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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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포스터./사진=대전예당 제공 |
이번 공연은 대전예술의전당의 대표 창작 중심 기획 시리즈인 '시그니처 대전'의 세 번째 작품으로, 유명세 중심의 외부 스타 캐스팅에서 벗어나 연출가, 지휘자, 주·조역 성악가, 오케스트라 단원까지 전원 대전 출신 및 지역 활동 예술인만으로 팀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공연에는 대전 출신 윤상호 연출가와 김광현 지휘자를 필두로 공개 오디션을 뚫은 20대 신예 곽현근(피가로 역), 맹가연(수잔나 역)을 비롯해 김광현(알마비바 백작 역), 이은정(백작부인 역), 조예진(케루비노 역), 변정란(마르첼리나 역), 이두영(바르톨로 역), 장경환(바젤리오 역), 양하영(바르바리나 역) 등 성악가 9명이 참여한다.
여기에 천현지 악장이 이끄는 45인조 '시그니처대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연극배우 등 총 60여 명의 지역 예술인이 합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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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8일 초연을 앞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연습 현장에서 수잔나 역의 맹가연 씨(왼쪽)와 피가로 역의 곽현근 씨(오른쪽)가 합을 맞추고 있다./사진=대전예당 제공 |
이번 '피가로의 결혼'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대 청년 성악가들의 주역 발탁이다.
통상 오페라 무대에서 타이틀롤(주인공)은 해외 유학을 마치거나 오랜 경력을 쌓은 기성 성악가들이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대전예당은 이번 공연에서 대전 출신 및 지역 활동 음악가를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실시해 평균 7대 1의 경쟁률을 뚫은 20대 신예 성악가들을 주역에 배치했다.
피가로 역의 곽현근(27) 씨와 수잔나 역의 맹가연(22) 씨 모두 주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맹 씨는 오페라 정식 데뷔 무대에서 주역을 맡았다.
곽현근 씨는 "지역의 젊은 성악도들은 안정적인 시립단체 진입을 목표로 하거나 유학 진입장벽 때문에 오페라 도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무대는 대전의 청년 예술인들에게 청신호이자 동기부여가 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젤리오 역을 맡은 중견 성악가 장경환 씨 역시 "메이저 국립 오페라단 등 기성 무대는 실수가 반복되면 즉시 교체되는 냉혹한 경쟁 현장"이라며 "반면 이번 프로젝트는 경험이 부족한 청년 예술가를 지역 차원에서 육성하고 완성도를 올려가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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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연출을 맡은 윤상호 연출가/사진=최화진 기자 |
윤상호 연출가는 이번 무대의 핵심 키워드로 '가장 친절하고 역동적인 코미디, 그리고 그 안의 묵직한 위로'를 제시했다. 고전 오페라의 지루함을 터는 데 연출의 방점을 찍었다.
우선 복잡한 서사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연극배우가 연기하는 소녀 '바르바리나'를 극 중 스토리텔러로 배치했다. 바르바리나가 관객에게 귓속말을 건네듯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유쾌하게 상황을 해설한다.
음악과 함께 정지해 있던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연출, 과장된 마임과 슬랩스틱 코미디도 결합했다.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는 여성들의 연대, 속임수 끝에 펼쳐지는 백작부인의 숭고한 용서와 화해 등 원작의 주제의식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지닌 지역 예술인들이 모인 만큼 연출적 조율 역시 이번 공연의 가장 큰 과제이자 승부수였다. 윤 연출가는 캐스팅 단계부터 성악적 기량뿐 아니라 '희극적 센스와 유연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대전의 공연예술 생태계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유명세나 화려한 간판을 앞세우던 기존 오페라의 틀을 깨고 연출가부터 주·조역 배우, 오케스트라 단원까지 오직 '대전 출신 및 지역 활동 예술인'만으로 구성된 비상임 작품제 초연이기 때문이다.
지역 예술 자산만으로 대형 오페라를 자체 제작할 수 있음을 입증함과 동시에 청년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무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윤 연출가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지역 예술인들이 하나의 극 안에서 이질감 없이 녹아들도록 소통과 융합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며 "청년 성악가들의 열정과 관록 있는 배우들의 조화가 오직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보적인 결의 희비극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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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8일 개막하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연습 현장에서 바젤리오 역의 장경환 씨(왼쪽 두 번째)가 장면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대전예당 제공 |
이번 공연 참여하는 지역 예술인들은 미디어 상업주의와 자본 쏠림으로 위축된 순수 예술의 입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찰을 전했다. 트로트나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관심이 쏠리며 대학을 졸업한 청년 성악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에 대한 목소리다.
장경환 씨는 "자본이 유행을 따라 흐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잃는다면 사회적 손실이 크다"며 "클래식 오페라는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과 존엄성을 전달하는 인류 공통의 자산인 만큼 단기적 수익성이나 행정 논리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의 공적 보조금이나 일회성 지원금 시스템만으로는 청년 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생계와 예술 활동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공적 예산 지원을 넘어 기업의 메세나(Mecenat) 활동 및 기업 연계 펀딩, 민관 협력 후원 모델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윤 연출가 역시 "선진국 사례와 같이 순수 예술에 대한 지속적 투자는 사회적 안전망과 문화적 풍요로움을 형성하는 기반"이라며 "이번 제작 오페라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역 인재가 대전 내에서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예당 관계자는 "지역 예술가들을 직접 발굴해 내면서 대전 자체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예술인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은 무대의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고품격의 지역 예술 수준을 선사한 것이 이번 제작의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공연을 통해 '지역 예술계의 가능성 확장'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이러한 제작 공연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대전의 우수한 인력들이 지역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우수성을 널리 뻗어나갈 수 있는 불씨가 되도록 대전예술의전당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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