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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용 (사)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전국여성중앙회장 |
이번 논쟁은 특정 인물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과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친일 행적에 대한 논란이 지금까지도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해방 이후 친일 세력에 대한 청산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 결과 사회 곳곳에서 역사적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삼대가 흥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 말이 오랫동안 회자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역사 속에 해결되지 못한 상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동안, 일제에 협력했던 일부 인사들과 그 후손들이 사회적·경제적 기득권을 유지했다는 인식은 국민들에게 깊은 박탈감과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친일 행적이 단순히 과거의 역사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의 공정 가치와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친일 행위는 민족 공동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권력에 기대어 특혜를 누린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는 정당한 경쟁보다 권력과 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는 행태이며, 오늘날 우리가 비판하는 특권과 반칙, 부정부패의 구조와도 닮아 있다.
공정한 사회는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노력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는 사회다. 그러나 친일 행적은 공동체의 희생 위에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만약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성찰 없이 결과만을 인정한다면, 사회 구성원들에게 "과정이 어떠했든 성공하면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는 공정 사회의 기반을 허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후손에게 조상의 잘못을 그대로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적 책임과 개인적 책임은 구분되어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실을 외면하거나 미화하지 않는 자세다.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을 기억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을 얻는 것이 진정한 역사 인식이다. 독일이 나치의 범죄를 끊임없이 반성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올해 광복 81주년을 보내며 우리는 과거를 단죄하기 위한 논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친일 행적 논란을 계기로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는 사회만이 미래의 부패를 막을 수 있고, 특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친일 행적에 대한 깊은 성찰은 과거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약속이다. 광복절의 의미 역시 바로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데 있을 것이다.
전재용 (사)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전국여성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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