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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지구의 체온을 잡는 치료제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박수영 기자

박수영 기자

  • 승인 2026-08-20 17:28

신문게재 2026-08-21 18면

장태선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밤낮없는 폭염, 불시에 찾아와 삶의 터전을 흔드는 지진과 산사태, 언뜻 보면 대기의 이상 기후와 땅속의 지각 변동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별개의 재난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지구는 대기, 해양, 지각이 톱니바퀴처럼 연결된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Earth System)"이다. 최근 대기와 지각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경고음은 지구가 물리적·열역학적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직관적인 신호다. 오래전부터 지구는 태양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방출하며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에 두꺼운 비닐 막을 씌웠고,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한 열이 갇히며 "열돔(Heat Dome)"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지구가 체온 조절 능력을 잃고 고열에 시달리는 독감 환자 같은 상태에 빠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온열 질환이 땅속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극지방의 거대한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지각을 누르던 수백만 톤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질량 재배치"가 일어난다. 눌려 있던 지각이 솟아오르거나 바다 밑 지각이 눌리면서 단층선에 응력(Stress)이 가해져서, 지진이나 산사태의 빈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늘의 열적 불균형이 단단한 지각마저 흔들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일본 서해안에 있는 노토반도에서는 최근 수년간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세 지진이 지속되다가 결국 2024년에는 규모 7.6의 강진으로 이어졌다. 도쿄대 지진연구소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은 이 기이한 지진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폭설과 강수"가 지진을 유발하는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지구 생태계의 거대한 균형 축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제시된 인류의 약속이 바로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이 아니다. 지구라는 유기체가 자정 능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온실가스의 인위적 배출을 정지선에 세우는 "생존을 위한 필수 치료법"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산업 공정을 하룻밤 사이에 완전한 무탄소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서 탄소중립을 향한 가장 강력한 무기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이다. CCUS는 화력발전소나 제철소,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최대한 대기로 방출되지 않게 활용하고 이미 대기로 배출된 탄소는 안전하게 땅속 깊은 곳에 저장하거나, 화학제품·건축자재 등 유용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예방약"이라면, CCUS는 이미 발생한 탄소를 제거해 지구 시스템의 부담을 즉각 덜어주는 "치료제"인 셈이다. 정부와 기업은 CCUS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탄소중립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더 내야 하고, 개인은 일상 속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소비로 이에 동참해야 한다. 결국 기술적 혁신과 개인의 실천이 힘을 합칠 때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다.

폭염과 지진, 이상 기후는 자연이 인간에게 내리는 징벌이 아니라, 거대한 에너지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지구 시스템의 몸부림이다.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통제하겠다는 오만한 시각에서 벗어나, 지구가 되찾으려는 순환 고리에 다시 맞춰가는 "지구와의 동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고 대기·해양·지각의 거대한 생태계 균형을 되찾기 위한 혁신 기술이 지구가 스스로 숨 쉴 수 있는 내일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동안 연구계에서는 산업계, 학계와 함께 산업 현장의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 기술은 실증연구를 통해 실효성 있는 감축 기술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해 왔다. 특히 이 시점에서 "우리를 위한 화학, 지구를 위한 화학"이라는 슬로건은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 환경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동시에 이루어내겠다는 한국화학연구원의 존재 이유와 궁극적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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