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주배경학생이 20만 명을 넘어서고 충청권 밀집 현상과 중·고등학생 비중이 급증하고 있으나, 교육 현장의 대응은 한국어 교육과 초기 적응 지원이라는 기존 틀에 머물러 있어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학급 과밀화와 특정 지역 편중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초등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중·고교생을 위한 진로 교육 및 심리·정서적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주배경학생의 잠재력을 키우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일반 학생의 다문화 수용성을 높여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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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 충청권 이주배경학생 2만 6048명… 전국의 13.4% = 교육부의 '이주배경학생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에 담긴 2024년 시도별 현황을 보면 전국 이주배경학생 19만 3814명 가운데 충청권 4개 시도에는 모두 2만 6048명이 재학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1만 3430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7879명, 대전 3846명, 세종 893명 순이다. 충청권 학생을 합치면 전국 이주배경학생의 약 13.4%에 해당한다.
특히 충남은 경기 5만 3837명, 서울 2만 1282명, 경남 1만 4177명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이주배경학생이 많았다. 충북도 7879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특정 학교에 이주배경학생이 몰리는 현상은 충남과 충북에서 더 두드러졌다. 전체 재학생 100명 이상 학교 가운데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30% 이상인 '밀집학교'는 2024년 전국 100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충남이 8곳, 충북이 6곳으로 충청권에만 14곳이 자리한다. 대전은 1곳이며 세종에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주요 밀집지역 가운데 하나로 충남 아산을 별도로 꼽을 정도로 지역·학교별 편중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는 재학생 100명 이상 학교 가운데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30% 이상인 학교를 의미한다. 이주배경학생은 본인이나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해외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학생을 포함한다.
▲ 중학생 4년새 50% 증가, 고교생 두배 이상 늘어=국내 이주배경학생이 늘어나면서 한국어와 학교 적응에 집중해 온 기존 지원정책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교육정책포럼 제397호에 실린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의 '이주배경학생 지원정책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이주배경학생은 20만 2208명으로 전년보다 더 늘었다.
2019년 13만 7225명과 비교하면 6년 사이 6만 4983명, 약 47% 증가한 규모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수는 546만 1614명에서 506만 9725명으로 약 39만 명 감소했다.
이주배경학생 비율은 2019년 2.51%에서 2021년 3.00%, 2023년 3.44%, 2024년 3.73%를 거쳐 지난해 4.00%까지 높아졌다.
학교급별 구성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이주배경학생 가운데 초등학생은 11만 6601명으로 57.7%를 차지했다. 중학생은 5만 1172명으로 25.3%, 고등학생은 3만 3622명으로 16.6%다. 여전히 초등학생 비중이 가장 크지만 최근 증가세는 중·고등학교에서 두드러졌다.
실제 2021년 3만 3950명이던 중학생은 2025년 5만 1172명으로 4년 만에 50%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고등학생은 1만 4308명에서 3만 3622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초등학생은 11만 1371명에서 11만 6601명으로 상대적으로 변화 폭이 작았다. 이주배경학생 지원정책을 더 이상 초등학교 중심으로만 설계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학생들의 배경도 달라지고 있다. 2025년 이주배경학생 가운데 국내 출생 국제결혼 가정 자녀는 13만 6592명으로 67.5%를 차지했다. 외국인 가정 자녀는 5만 2876명으로 26.1%, 중도입국 자녀는 1만 2740명으로 6.3%였다.
특히 외국인 가정 자녀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2021년 2만 8536명에서 2025년 5만 2876명으로 4년 만에 약 85% 증가했다. 중도입국 자녀 역시 같은 기간 9427명에서 1만 2740명으로 늘었다.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의 학교 유입이 확대되면서 학생 특성에 따른 세분화된 교육지원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어학급 과밀 현상마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한국어학급의 평균 학생 수는 2020년 13.8명에서 2024년 21.5명으로 급증했다. 한국어학급은 이주배경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초기 적응을 돕고 집중적 교육을 통해 일반학급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한국어학급 적정 학생 수는 10명 내외다. 하지만 2024년 기준 시도별 한국어학급 평균 학생 수를 보면 역시 경기가 28.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24.9명), 광주·충남(23.6명), 경남(22.7명) 순이었다. 제주(6명)와 대전(11.3명), 전남(12.5명), 전북(12.6명)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크게 상회했다.
▲ 이주배경 다양해지는 만큼 생애주기별 지원 필요= 정부도 변화에 맞춰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정책의 중심축은 밀집지역 교육력 제고와 학생별 맞춤형 지원이다. 밀집학교에는 교원과 지원 인력, 예산과 지역사회 자원을 집중하고 학생의 국적과 한국어 역량, 체류 자격 등에 따라 초기 한국어 학습부터 진로·취업·상담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도 초등학생 중심에서 중·고등학생과 직업계고, 영유아, 학부모 등으로 확대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정책의 외형적 확대만으로는 변화한 교육현장을 충분히 따라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최근 정책이 중도입국 및 외국인 가정 자녀에게 집중되면서 전체 이주배경학생의 67.5%를 차지하는 국내 출생 국제결혼 가정 자녀가 상대적으로 정책의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일반 학생과의 교육격차나 정서적 취약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할 종단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원 내용이 한국어 습득과 교과 학습 등 눈에 보이는 기능 보완에 치우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한국어 능력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안정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심리·정서적 안정과 학교 내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에 지원 영역을 심리·정서 분야까지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정책 보완도 요구된다. 이주배경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중·고등학교는 물론 학령기 이후 단계에 진입하는 청소년도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정책은 진로·직업교육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중·고교 진학, 학령기 이후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 관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책의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현재 지원정책이 이주배경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일반 학생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격차 해소'와 '보상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장기적인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학생이 가진 강점과 잠재력을 키우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수한 역량을 가진 이주배경학생이 사회의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공 사례와 성장 경로를 발굴하는 별도의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추상적인 '글로벌 인재 양성'을 넘어 교육과 진로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수용성 교육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 인식 개선 대책이 성공한 이주배경학생 사례를 알리는 홍보 등에 머무르는 만큼 학교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문화 수용성 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배경학생이 전체 학생 25명 중 1명꼴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들을 별도의 지원 대상으로만 보는 정책으로는 변화한 학교 현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충청권은 2024년 기준 전국 이주배경학생의 13% 이상이 재학하고 충남·충북을 중심으로 밀집학교까지 늘어난 만큼 지역 특성을 고려한 대응도 요구된다. 학생의 출생·입국 배경과 연령, 정서적 상황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촘촘히 하는 동시에 모든 학생이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시점이다.
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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