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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주말부부를 마치고 찾은 일상의 감사함

정연헌 변호사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6-08-27 17:01

신문게재 2026-08-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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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헌 변호사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고…"가수 남인수 선생님의 옛 노래 '청춘고백'의 한 구절이다. 지난 7월, 2014년 초부터 시작되어 무려 만 8년을 채운 주말부부 생활을 마치고 서울 집으로 복귀했다. 전체 결혼 생활 28년 중 8년, 2014년부터 계산하면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간을 가족과 떨어져 산 셈이다. 정부 인사발령과 퇴직후 재취업으로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8개 도시를 전전하며 홀로살이를 하였다. 각 지역에서 머문 기간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2년에 달했다.

흔히 주말부부를 두고 '삼대가 덕을 쌓아야 누릴 수 있는 복된 삶'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곤 한다. 하지만 막상 겪어본 바로는 그리움과 외로움, 만남의 반가움과 헤어짐의 아쉬움이 쉴 새 없이 교차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주중의 객지생활은 적막과의 싸움이었다. 일을 마치고 관사로 돌아오면 가족의 온기가 그리워지곤 하였다. 이 적막함을 이기지 못하면 술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건강을 상하거나 우울증 등 마음의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고독을 즐기며 운동과 독서 등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금요일 저녁이면 피곤함을 무릅쓰고 가족이 있는 서울로 향하였다. 8년 동안 주말에 집에 오지 못한 날은 한손에 꼽을 정도였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에 주기적으로 음식과 연료를 채워주는 항구가 바로 가정이었고, 나는 일주일치 식량과 연료 밖에 실을 수 없는 아주 작은 배였기 때문이다.

2014년 처음 주말부부를 시작할 당시 초등학교 3학년, 6학년이던 두 아들은 아빠가 올 시간이 되면 집 앞 전철역까지 마중을 나왔다. 집에 들어서면 다시 큰절을 하며 나를 환영해 주었다. 그 환영만으로도 일주일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은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었고, 전철역 마중이나 큰절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주중의 그리움을 안고 달려와 집 현관문을 열었지만, 무덤덤하게 인사를 건네는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에 내심 서운함이나 불만이 생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는 아내의 노고와 아빠의 빈자리를 감내하며 성장한 아들들의 마음을 간과한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주중에 두 아들의 사춘기를 오롯이 혼자 감당하며 집안을 지켜낸 것은 아내였다. 주말에 들러 잠시 머물다 가는 나보다, 매일 가정을 유지하며 아이들을 키워낸 아내의 노고가 컸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번 주말부부 청산의 계기는 둘째 아들의 현역병 지원이었다. 아들의 입대로 집에 아내 혼자 남게 되고 가족 4명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는 것을 막고자 대전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오기로 결정했다. 비록 아들이 사정상 입대를 연기하면서 해프닝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들은 우리 가족 중 3명이 다시 한 울타리에 모이게 해 준 은인이 되었다.



이렇게 주말부부를 마치고 나니 '헤어지면 그립고 만나면 시들하다'는 노랫말처럼, 그동안 나는 현재 상황에 만족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져 있을 때는 애틋하다가 막상 만나면 무덤덤하다고 서운해하고, 일이 많을 때는 힘들다고 불평하다가 한가해지면 지루해 했다. 늘 내가 처해 있는 현재의 조건보다 내게 없는 것을 먼저 바라보는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려 한다. 일이 있으면 할 일이 있어 좋고, 없으면 시간 여유가 있어 좋은 것, 가족이 곁에 있으면 함께함에 감사하고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을 즐기는 '지족(知足)'의 태도다.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자" 단순하지만 분명한 이 원칙을 마음에 새기며, 매일매일의 일상에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보자.
정연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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