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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청사 전경 (사진=경기도 제공) |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제한된 가운데 세수 감소와 고정지출 증가가 겹쳤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여건 속에서도 경기도가 이미 추진해 온 대형 정책사업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2019년부터 추진해온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북부 이전 프로젝트 사업이다.
2024년에 경기연구원·경기도 경제과학 진흥원·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주택도시공사(GH)·경기도 일자리재단·경기관광공사·경기문화재단·경기도 평생교육 진흥원 등 8개 기관을 2028년까지 북부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균형발전'에서 시작한 사업…이제는 '재정 효율성' 재검토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이전의 명분은 분명하다.
공공기능이 수원과 경기 남부에 지나치게 집중돼 이를 경기 북부로 분산해 지역 간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 정책 추진 핵심이었다.
도는 2019년부터 15개 공공기관을 도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이미 경기교통공사, 경기 환경 에너지 진흥원, 경기도 농수산 진흥원, 경기도 시장상권 진흥원, 경기도 사회서비스원 등은 이전을 마쳤다.
공공기관 이전 자체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이어진 경기도의 대표적인 균형발전 정책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질문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왜 북부로 옮겨야 하는가"가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를 더 투입해야 하고, 그만큼 효과를 얻고 있는가"를 따져야 할 시점이 됐다.
■ 8개 기관 북부 이전 사정 제각각
경기연구원은 의정부 이전에 착수했고, 경기도 경제과학 진흥원은 파주, 경기신용보증재단은 남양주 이전을 추진해 왔다.
GH는 구리 이전이 변수에 부딪혔고, 경기도 일자리재단은 동두천 이전 과정에서 부지 문제 발생과 함께 경기관광공사·경기문화재단·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고양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당 초 계획만 보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할 계획 이였지만 현실은 계획표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재원이 뒷받침 된 가운데 부지를 확보해야 하고, 직원과 가족들의 생활권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사업비와 일정은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 '청사 이전' 뒤에 숨은 비용
이번 기획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공공기관 이전 비용을 청사 신축비만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실제 사업비에는 ▲부지 확보비 ▲청사 건립비 ▲임시청사 임차료 ▲사무실 이전비▲기존 청사 유지비 ▲직원 통근 지원비 ▲주거·이주 지원비 ▲이전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신축 청사가 완공되기 전 임시청사를 빌려 먼저 이전한다면 임차료와 신축비가 동시에 발생해 이미 이런 비용 문제가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2025년에는 GH와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기존 광교 사옥과 관련해 이미 투입된 비용과 북부 이전에 필요한 추가 비용을 놓고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양 기관의 이전으로 수천억 원대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제는 기관별로 '지금까지 얼마를 썼고, 앞으로 얼마가 더 필요한가'를 공개해야 한다.
■ '이미 돈을 썼으니 계속 간다' 논리도 검증 대상
공공사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매몰 비용이다.
이미 부지를 확보하고 설계비를 썼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논리는 쉽게 성립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 50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판단할 때 과거에 이미 쓴 돈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추가로 투입할 돈이 얼마이고, 그 돈으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다.
경기도의 재정 상황이 정상적일 때와 올 하반기 7,700억 원 감액 추경을 해야 하는 지금은 사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 문제는 '직원이 따라 가느냐이다'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는 청사가 아니라 사람이다.
기관을 북부로 옮겨도 직원들이 남부에 계속 거주한다면 당 초 기대했던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경기연구원도 의정부 이전 과정에서 전체 조직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부서를 중심으로 단계적 이전이 이뤄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체 직원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 북부로 이동했는가, 그 가운데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몇 명인가 공개돼야 한다.
이는 기관의 주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지역 균형발전 효과가 발생했다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직장 이전'이 아니라 '가족 생활권 변화'
직원 입장에서 판단하면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인사 발령과 다르다.
수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의정부·파주·남양주·동두천 등으로 이동하면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가 달라진다.
맞벌이 가정은 배우자의 직장이 문제가 되고, 자녀가 있는 가정은 학교와 학원, 돌봄 문제가 따라온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이라면 기존 주거지를 처분하고 이주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직장 이전은 통근 문제 → 주거 문제 → 배우자 직장 → 자녀 교육 등 문제를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이동하지 않는다면 경기도가 예상했던 지역경제 효과 역시 축소될 수 있다.
반대로 직원들의 이주를 유도하기 위해 통근버스나 주거지원, 이주비 등을 확대하면 경기도나 산하기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전 효과를 높이려면 돈이 더 필요하고, 돈을 줄이면 이전 효과가 떨어지는 구조다.
■ 재정 비상인데 '균형발전' 포기할 수 없나
여기서 정책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공공기관 북부 이전을 중단하면 재정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투입된 비용이 매몰될 수 있고, 북부 지역과의 정책적 약속도 흔들릴 수 있다.
반면 계획대로 계속하면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
결국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첫째, 원안대로 계속 추진하면 균형발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둘째, 전면 중단은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기존 투자비와 정책 신뢰도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기관별 재검증 후 차등 추진은 사업 진척도와 비용, 지역 파급효과 등을 따져 이전 속도와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재정 비상 상황에서는 세 번째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 '8개 기관 일괄 이전' 우선순위 바꿔야
모든 기관을 동일한 잣대로 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이미 청사 확보가 상당 부분 진행된 기관은 이전을 마무리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아직 부지 선정이나 청사 건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사업 자체를 다시 검토할 여지가 있다.
기관별로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까지 투입된 예산, 향후 필요한 추가 예산, 실제 이전 직원 수, 가족 동반 이주 가능성, 이전 지역의 경제효과, 행정서비스 개선 효과, 사업을 중단했을 때 발생할 손실을 공개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 경기도의회가 따져야 할 핵심
9월 감액 추경 심사를 앞둔 경기도의회 역시 공공기관 이전을 단순히 찬반으로 접근하기보다 전체 비용 구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관별로 "앞으로 얼마가 더 필요한가?"를 물어야 한다.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과 앞으로 필요한 금액을 분리하고, 청사 신축비와 임차비, 직원 지원비까지 합산해야 실제 재정 부담을 알 수 있다.
또 이전이 늦어질 경우 추가되는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사업 지연으로 임시청사를 장기간 임차하게 되면 당 초 예상보다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감액 추경 과정에서 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 '공공기관 이전' 자체보다 '성과 측정' 먼저
경기도가 지금 공개해야 할 것은 새로운 이전 계획이 아니다.
지난 7년간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성적표다. 기관별, 이전 전 직원 수, 실제 이전 직원 수, 가족 동반 이주자, 북부 지역 신규 주거 이전 자, 이전에 들어간 총사업비, 이전 후 지역경제 효과, 지역기업과의 연계사업, 주민이 체감한 행정서비스 개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청사 주소 변경사업'인지, 아니면 실제 '지역 균형발전 사업'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에게 도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문으로 질의 했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해 세부적으로 분석하는데 한계에 부딪쳤다. 경기=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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