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
  • 충북

[기자수첩] 충주댐 40년…단양은 언제까지 '희생의 청구서'를 받아야 하나

고향·농토 물속에 내준 수몰민의 아픔 여전…'호반의 돛'만으로 40년 희생 보상 못해
수중보 유지관리비 3억6000만원 소송까지…국가가 얻은 편익만큼 단양의 희생도 계산해야

이정학 기자

이정학 기자

  • 승인 2026-09-15 08:04

충주댐 건설로 40년 넘게 수몰과 공동체 파괴라는 희생을 감내해 온 단양군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수중보 유지관리비 청구 소송을 당하며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국가적 편익을 위해 고향을 내준 지역 주민들에게 다시 비용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상생에 어긋나며, 수중보의 일부 혜택보다 단양이 치른 역사적 희생의 가치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는 단양에 추가 부담을 요구하기보다 지난 세월의 희생에 걸맞은 정책적 책임을 다하고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반명함
이정학기자
충주댐이 만들어진 지 40여 년. 국가는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수력발전이라는 막대한 편익을 얻었다. 그러나 단양 주민들에게 충주댐은 여전히 '희생'이라는 두 글자로 남아 있다.

댐 건설로 옛 단양의 삶터가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대대로 살아온 집과 농토를 떠났고, 오랜 세월 이어온 마을공동체도 흩어졌다. 지역의 중심 생활권까지 옮겨야 했다. 국가적 필요를 위해 한 지역이 치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단양읍의 '호반의 돛'은 수몰민의 아픔과 새 단양 건설을 상징한다. 하지만 조형물 하나 세워놓고 40년의 희생을 기억한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국가가 충주댐으로 얻은 40년의 편익을 계산했다면, 단양이 잃은 40년도 제대로 계산해야 한다.

그런 단양에 또다시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단양군을 상대로 단양수중보 유지관리비 3억6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진 관리책임 갈등이 결국 법정으로 넘어갔다. 준설과 수질관리, 부유물 처리, 민원 대응 등을 어디까지 단양이 책임져야 하는지를 놓고 벌여온 공방의 연장선이다.

물론 법적 책임은 법원이 협약과 법리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과 국가의 역사적·정책적 책임은 별개다.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충주댐으로 고향을 잃은 지역이 40여 년 뒤 국가 물관리 기관과 관리비를 놓고 법정에서 다투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 상생인가.



특히 단양을 수중보의 '수혜자'라는 논리로만 바라본다면 주민들의 희생을 외면하는 셈이다. 수중보가 관광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 출발점에는 충주댐 건설 이후 크게 달라진 단양의 수변환경이 있었다.

국가가 댐을 건설해 지역의 삶과 환경을 바꿔놓고, 그 이후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시 지역에 비용과 책임을 요구한다면 주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충주댐의 혜택은 수도권과 한강 유역 등 광범위하게 돌아갔다. 반면 수몰과 이주라는 직접적인 대가는 단양 주민들이 감당했다. 혜택은 넓게 나누면서 희생과 관리 부담은 댐 주변지역에 남겨두는 구조라면 그것을 상생이라 부르기 어렵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제 단양에 얼마를 더 부담시킬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지난 40년 동안 단양이 무엇을 내줬는지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댐 주변지역 지원과 지역발전 대책이 희생에 걸맞았는지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단양은 고향을 내줬고 농토를 내줬으며 공동체까지 내줬다. 그렇게 40여 년을 견뎠다.

단양은 이미 충분히 냈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단양이 앞으로 얼마를 더 낼 것인가'가 아니다.

충주댐으로 40년간 편익을 누린 국가는 단양에 진 빚을 언제, 어떻게 갚을 것인가.

3억6000만원 소송보다 먼저 받아야 할 청구서는 오히려 국가가 받아야 할 '단양의 40년 희생에 대한 계산서'인지 모른다.
단양=이정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