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구나 쉽게 소통하도록 창제되었으며, 일본의 히라가나 또한 일상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사람들의 손길을 통해 자리 잡았습니다. 두 문자는 발생 과정은 다르지만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전하고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다는 공통된 가치를 지닙니다. 디지털 시대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에 담긴 소통의 역사와 온기를 되새기며 주변에 다정한 마음을 전하는 계절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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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활하며 한글을 배우고 사용하는 나에게도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웠지만, 한 글자씩 익혀가며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며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문자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 것이다.
문자를 향한 이러한 다정한 시선은 바다 건너 일본의 '히라가나' 탄생 이야기와도 깊은 울림으로 이어진다. 고대 일본 역시 한자의 소리를 빌려 쓰다가, 헤이안 시대에 이르러 복잡한 한자를 흘려 쓰며 부드러운 곡선의 히라가나를 만들어 냈다. 공문서의 엄격한 한자와 달리 히라가나는 일상의 감정과 이야기를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글자로 사용되었다.
특히 귀족 여성들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일상의 모습, 계절의 변화 등을 편지와 일기에 담아내면서 히라가나는 일본의 문학과 생활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마음속 이야기를 보다 편안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기록과 문학작품도 탄생할 수 있었다.
한글이 백성을 향한 임금의 따뜻한 배려에서 비롯된 체계적인 문자라면, 히라가나는 복잡한 격식을 벗어나 일상의 정과 감정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손길 속에서 자리 잡은 부드러운 글자이다. 출발과 형태, 만들어진 과정은 서로 다르지만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는 닮은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글자를 주고받는다. 짧은 문자 한 통으로 안부를 묻고, 멀리 떨어진 사람과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너무 익숙해 미처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 하나하나에는 오랜 시간 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이어온 역사가 담겨 있다.
디지털 시대의 빠르고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는 글자가 오가는 오늘날, 10월의 길목에서 두 문자가 품은 온기를 가만히 돌아본다. 획 하나, 곡선 하나에 담긴 사람들의 배려와 마음을 떠올리며, 우리 곁의 글자들로 가족과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다정한 계절이 되기를 바라본다.
나오꼬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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